금지한다는 가상화폐 거래…금융위, 실명제 시스템 점검

전날 가상화폐 거래금지 추진 발표했는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는 그대로 추진
  • 등록 2018-01-12 오후 3:19:48

    수정 2018-01-13 오전 10:04:43

한 시민이 1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상 화폐 거래소를 지나며 가상 화폐 시세가 적힌 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위원회가 12일 가상 화폐(암호 화폐) 거래소에 가상 계좌를 발급한 6개 은행 실무진을 소집했다.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인 ‘가상 화폐 거래 실명제’ 시스템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가상 화폐 거래 금지 추진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놓고 한쪽에서는 거래의 길을 터주는 것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가상 화폐 거래소에 가상 계좌를 제공한 기업은행 등 6개 은행 실무 담당자와 만나기로 했다”며 “이달 중 시행하는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시스템 운영 준비 현황을 점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업은행·국민은행·광주은행·농협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은 이달 중으로 가상화폐 거래에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준비해 왔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거래 실명제 방침에 따라서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도 지난 8일부터 기업은행·국민은행·농협은행·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6개 은행이 가상 화폐 거래 중개 과정에서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와 실명 확인 시스템 운영 현황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애초 11일까지로 예정했던 조사는 16일까지 5일 더 연장한 상태다.

금융 당국은 이날 점검을 거쳐 이달 넷째 주부터 가상 화폐 거래 실명제를 전격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명을 확인한 본인 은행 계좌를 통한 가상 화폐 거래 대금 입·출금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상 계좌는 정부의 실명 거래 방침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신규 개설이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가상 화폐 거래가 전면 중단될 경우 실명 거래를 위한 전산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날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는 가상 화폐 거래 금지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법무부 장관 말은 부처 간에 조율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청와대가 “박 장관 발언은 확정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될 것”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가상 화폐 거래 전면 금지는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만약 정부가 법무부 규제 방안을 확정해 추진한다면 은행이 구축한 가상 화폐 실명 거래를 위한 전산 시스템도 자동으로 폐기할 수밖에 없다. 박 장관 발언 이후 은행권도 이런 점을 고려해 실명 거래 시스템 도입을 미루고 가상 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 계좌 폐지 수순을 밟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후 특별법 제정을 통해 가상 화폐 거래를 금지하더라도 그때까지 익명 거래가 이뤄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설령 나중에 전산 시스템을 폐기한다 해도 구축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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