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스코'를 표방하며 회장직에 오른지 6년만이다. 국내에만 머물렀던 포스코의 시선을 해외로 돌려 놓은 것이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005490)는 세계 4위 규모의 거대한 철강기업으로 자리하게 된다.
지난 69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공채 1기로 입사한 이구택 회장은 설립자인 박태준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엔지니어 출신임에도 불구 영업, 판매 등 비생산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제강부장, 포항제철소장, 사장, 회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온화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지닌 특유의 기질을 바탕으로 포스코를 하나로 아우르는데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포스코 사람들은 그에 대해 "포항제철소장 재직 시절 평생 마실 술을 다 마셨다"고 할 만큼 현장친화적인 CEO로 기억한다.
포스코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구택 회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면서 "모든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치밀할 만큼 심사숙고했고 일단 결정된 일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군림하기 보다는 `함께하는` CEO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외형적 성장 뿐만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데에 전력을 다했다. 대표적인 것이 6시그마 운동을 통한 내부 혁신이었다. 또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회장이 부임한 이후 포스코는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총 2조7000억원의 원가절감을 이뤄냈다.
아울러 세계 어느 곳에서나 포스코만의 일하는 방식을 정립해야한다는 지론에 따라 '포스코 웨이(Posco Way)'를 주창했다. 이 덕분에 포스코는 인도, 베트남, 멕시코, 중국 등 해외 전략지역에서도 국내와 동일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와 베트남 일관제철소 건설 지연 등이다.
베트남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도 오랜 기간동안의 준비를 거쳐 제철소 건설부지 등을 선정했지만 지난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갑작스레 부지이전을 요청받아 현재는 답보상태다.
그러나 40년간 포스코맨으로 살아온 그가 사실상 포스코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포스코를 질적, 양적으로 모두 성장시킨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그의 능력은 국내 철강업계에 또다른 신화로 남아있다.
이임식을 마치고 환한 웃음으로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는 지난 40여년간 포스코맨으로 살아온 회한이 묻어 있었다. "며칠 더 하고 싶었는데 빨리 그만두라고 해서 조금은 서운하다"며 웃는 이 회장의 웃음속에는 40년 포스코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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