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 리스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큰 폭의 순이익을 냈지만 주가는 떨어지고 이로 인해 예정된 일정이 틀어지는 등 생각지못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KB금융(105560)지주는 자사주 매각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9월 KB금융지주 출범당시 매입한 자사주 9.05%를 오는 9월까지 전량 매각해야하는데 주가하락으로 매각시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6만원대를 웃돌던 KB금융 주가는 저축은행과 부동산PF 부실 등으로 국내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자 동반 하락해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KB금융의 주가는 5만원대 초반으로 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매입한 단가(5만7200원)를 10% 이상 밑돌아 지금 팔면 그만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당초 KB금융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뒤에는 양호한 실적 덕에 주가가 뛸 것으로 보고 자사주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지금까지 반등여력을 찾지 못해 고민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주 전체가 저평가돼있어 우리만 잘한다고 해결이 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055550)는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PF 부실처리 문제였다고 한다. 은행들이 PF정상화뱅크에 1조2000억원을 출연키로 한 것이 혹시 저축은행PF를 사들이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고 신한금융은 `정상화뱅크와 저축은행PF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계속 유효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달 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저축은행PF 중 4000억~5000억원을 은행들이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저축은행의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우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PF를 은행이 사면 은행PF가 되고, 이를 정상화뱅크가 사들이면 결국 정상화뱅크가 저축은행PF를 사들인 것과 똑같은 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저축은행 부실을 은행에 떠넘기는 것을 좋아할 투자자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말했다.
금융위 발표 이튿날 하나금융 주가는 하한가까지 밀렸고, 이후 계약연장 가능성 등으로 반등하긴했지만 여전히 4만원대를 밑돌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이 지난 2월 실시한 유상증자 발행가(4만2800원)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현재 론스타와 계약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당국과 관계를 고려해 대외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당시 하나금융 내부에선 금융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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