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개편 앞두고 신경전 '치열'

앞에선 "협업", 뒤에선 "고의로 역할 축소"
  • 등록 2013-07-15 오후 4:23:53

    수정 2013-07-15 오후 4:39:03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정책금융기관 개편을 앞두고 정책기관별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각 기관의 통합, 분리 방안이 포함될 개편안에 조직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5일 수출입은행(수은)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는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두 기관과 무역보험공사(무보)가 공조해 유럽계 선사인 ‘골라LNG’에 선박금융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골라LNG가 삼성중공업(010140)에 발주한 선박대금 가운데 9억5000만 달러를 빌려줘 결과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수주를 도왔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특히 정책금융기관 간 ‘협력’을 이번 지원의 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두 기관이 내세운 지원 자금 규모가 달라 금세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금공은 이번에 총 3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힌 반면, 수은 측은 수은과 무보가 각각 4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정금공은 5000만 달러만 조달했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정금공의 지원이 직접대출과 보험을 통한 대출로 나눠 이뤄지기 때문에 나타났다. 정금공이 지원하는 3억 달러 가운데 2억5000만 달러는 무보가 제공하는 보험을 끼고 제공되고, 나머지 5000만 달러는 직접 대출을 하게 된다. 대출 기능이 없는 무보의 4억5000만 달러 규모 보험 가운데 정금공 자금 2억5000만 달러를 제외한 금액은 국제 상업은행들이 채운다.

이와 관련 정금공 관계자는 “2억5000만 달러는 보증을 통해 대출하긴 하지만 정금공의 돈은 맞다”며 “수은이 이를 잘 알면서도 (일부러) 우리의 역할을 축소시킨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은 관계자는 “정금공의 대출 가운데 2억5000만 달러는 리스크가 전부 무보에 있다”며 “엄밀히 따지면 정금공의 지원 규모는 5000만 달러로 명기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두 기관의 이 같은 신경전은 정책금융기관 개편안에 각 기관의 생존권까지 달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대외정책금융 기능을 수출입은행으로 일원화하고 대내정책금융 기능은 산업은행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정금공과 무보의 조직은 대폭 흡수통합되거나 없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정책금융기관 개편 TF가 구성될 때부터 결과는 정해져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각 부처로 흩어진 개별 정책금융기관의 이기주의를 딛고 대승적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8월중에는 정책금융기관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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