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권에서 뒤쳐져 있던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우리금융지주(053000)와의 합병과 외환은행(004940) 인수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선두권 경쟁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은행권 인수합병(M&A)에서 거리를 둬왔던 KB금융(105560)이나 신한금융(055550)도 생존전략을 본격적으로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은행권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안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간 합병안보다 더 현실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합병안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조직을 흡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까다로운 지주사간 합병 규제를 피해야 하며 ▲특혜 시비 논란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외환은행 매각은 현금을 주고 은행 지분을 사오는 비교적 단순한 M&A 딜이다. 2006년이나 2008년 매각협상이 진행되던 과거와 비교해도 인수가격이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간 결합보다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간 결합이 더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아직 이른 상태이기도 하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26일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며 "그 전에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중) 하나를 양자 택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은 우리금융 인수 입찰의향서(LOI) 제출 마감시한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는 3분기말 기준 316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332조) KB금융(330조), 신한금융(311조) 등 선두권 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다. 프라이빗뱅킹(PB)과 소매 분야에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하나금융과 외환업무와 기업금융에 강한 외환은행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방침을 확정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우리금융 매각은 경쟁압력이 낮아지면서 유찰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남은행(24조7000억원)과 광주은행(17조9000억원)이 분리 매각될 경우 우리금융 덩치는 300조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4위권 금융지주사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우리금융과는 달리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우리금융엔 부담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쪽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그동안 지배구조를 둘러싼 혼란과 지지부진했던 은행 구조조정 문제를 예상보다 빠른속도로 해결하면서 덩치경쟁에 합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금융권은 KB금융의 약점으로 평가돼 왔던 증권 등 비은행 금융회사나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M&A 움직임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부터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이 추진되는 것도 금융산업 재편의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동반 퇴진 가능성에 따라 당분간 내부 수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새로운 최고경영진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신한금융이 지각변동의 주체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 관련기사 ◀
☞우리금융 민영화 암초 만났나..`유찰 가능성?`
☞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재도전..`방향 돌린 까닭은?`
☞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추진.."26일 前 결정"(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