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횡령 후 국외도피’ 건보공단 팀장, 첫 재판서 혐의 인정

22년 건보공단 전산망 조작, 18차례 횡령
경찰, 인터폴 적색 수배…필리핀서 검거
“남은 횡령금은 선물투자로 다 잃었다”
건보공단, 최씨 횡령액 중 7억2천 회수
  • 등록 2024-03-14 오후 1:13:42

    수정 2024-03-14 오후 1:13:42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팀장으로 재직하며 46억원을 횡령하고 국외로 도피했다가 검거된 최모(46)씨가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 피의자 최모(46)씨가 해외 도피 후 1년 4개월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 지난 1월 17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경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수웅)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사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길 원하는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도피한 이후 외국거래소에서 환전해 얻은 범죄 수익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사건을 병합하기로 했다.

최씨는 2022년 4~9월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 전산망을 조작하는 등 18차례에 걸쳐 총 46억원을 횡령한 뒤 필리핀으로 도피한 혐의를 받는다. 횡령 금액은 채권압류 등을 이유로 지급이 보류된 진료비용, 요양급여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횡령 자금을 가상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했으며 건보공단은 2022년 9월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최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 수배에 올리는 등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1월 9일 마닐라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그를 붙잡았다.

같은 달 17일 국내 송환된 최씨는 횡령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은닉한 횡령금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또 자신이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회사와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수사기관에 “(남은 횡령금은) 선물투자로 다 잃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최씨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 등으로 많은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이를 갚고 또다시 투자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검찰은 횡령금 사용처와 최씨의 도피 과정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건보공단은 민사소송으로 계좌 압류 및 추심 등을 진행해 지난해 횡령액 46억 중 7억 2000만원을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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