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누가 인수할까.. 후보군 물밑작업

범현대가 인수후보 1순위.. `현대그룹-현대車` 경쟁
다른 그룹사 참여 가능성 .. 자금 조달능력 관건
  • 등록 2010-07-14 오후 4:12:58

    수정 2010-07-14 오후 4:15:47

[이데일리 이진철 김국헌 기자] 현대건설(000720) 인수합병(M&A) 주간사 선정으로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인수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금의 `범(汎) 현대가` 기업집단의 모태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국내 1위 건설사로 전 사업부문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따라서 현재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 범현대가 이외에도 건설업 강화를 염두에 둔 기업들의 인수전 참여가 주목되고 있다.
 
◇ 현대그룹, 인수의지 가장 강해.. 재무약정이 `발목`

현대그룹은 가장 확실하게 인수의지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올해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 대상이 되면서 인수여력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현대그룹이 약정을 체결하든 하지 않든 현대건설을 인수할 실탄을 확보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체결 거부를 제재하기 위해 12개 채권은행과 공동으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의 경영권 문제가 걸려 있어, 강한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관련,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6월22일 현대상선 부산신항 터미널 개장식에서 현대건설 인수의지에 변함없냐는 질문에 대해 "수없이 말해왔던 것으로 재론할 필요가 없다"면서 확고한 인수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동력"이라며 "언젠가 매각이 시작될 때 차질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통성 확보.. 현대車 인수전 참여設 `솔솔`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현대중공업, KCC 등 범 현대가가 현대자동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단 소문이 돌면서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는 뛰고, 현대차그룹 주가는 하락했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의 파장이 커지면서 일단 합의설 자체는 부인했다. 하지만 인수의지에 대해선 함구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범 현대가의 지원을 받아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최근 범현대가가 회동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합의설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건설 계열사 현대엠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단 점에서 인수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증권업계는 "현대엠코가 해외 건설 경험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해외시장 진출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현대重·KCC 등 잠재적 인수후보

범 현대가 중에서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로 사업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꼽히는 후보군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조선업황 부진에 따라 장기적으로 발전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 설계, 시공까지 전 분야에 걸쳐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란 분석이다.

최근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인수 등 흩어진 범현대가 기업 인수에 현대중공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등장하는 광고를 내보내며 창업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단독으로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이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KCC그룹과 공동인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소문대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범 현대가에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 현대중공업과 KCC는 인수전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 건설업 강화·현금 풍부한 그룹 인수전 참여 가능성

범 현대가 이외에 건설업 강화나 신규 진출을 노리는 자금력을 갖춘 그룹들도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건설사가 없는 LG그룹과 농심, 동국제강 등을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사업 시너지를 고려할 경우 두산그룹, SK그룹, 현대산업개발, 포스코,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자금력에선 롯데그룹과 CJ그룹, 신세계 등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현대건설이 국내 1위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는 점에서 사모투자(PEF)펀드, 외국계자본 등도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이후 풋백옵션 문제로 그룹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직접 목격했던 이들 그룹들이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M&A에 실제 나설지는 미지수다.

특히 현대건설이 해외사업에선 경쟁력이 있지만 최근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M&A 매력도 낮아진 게 사실이다.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 재무적투자자 유치 등 인수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대건설 주인찾기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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