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숨겨와.. 막장교실" 교사들은 '이것'까지 사야 했다

‘몰래 녹음’ 증거 인정한 판결 후 소형 녹음기 만연
특수교사노조 “일거수일투족 감시…교육활동 위축”
교총 “교사가 녹음방지기 사야 하는 막장교실 참담”
  • 등록 2024-03-29 오후 2:32:15

    수정 2024-03-29 오후 3:47:53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최근 교실 내에서 몰래 녹음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사비로 녹음방지기를 구입하는 교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교원단체들은 “막장 교실”, “참담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한 특수학교 교사가 적발한 소형 녹음기.(사진=전국특수교사노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9일 논평을 통해 “신학기를 맞아 자녀에게 녹음기를 숨겨 보내는 학부모가 늘면서 교사들이 휴대용 녹음방지기까지 구입하고 있다”며 “과연 이런 불신과 감시 속에서 교사가 어떻게 학생을 열정으로 가르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특수교사노조)도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여러 지역의 교실 현장에서는 죄의식 없는 불법 녹음이 횡행하고 있다”며 “현장의 특수교사들은 자비를 들여 녹음방지기를 구입하고 있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특수교육 활동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교사노조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특수학교 교사는 최근 학생 가방 속에서 소형 녹음기를 발견했다. 학교의 동의가 없는 수업 중 몰래 녹음은 불법이지만, 주호민 작가 아들 관련 재판에서 특수교사가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처분을 받은 게 떠올라 학교에 신고하지 못했다.

충청권의 한 특수학급에서도 교사가 학생의 옷소매에 감춰진 소형 녹음기를 발견,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해당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생활이 궁금해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교총은 “웹툰 작가 자녀 아동학대 소송 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이 몰래 녹음을 증거로 인정했을 때 교총은 교실을 불법 녹음 장으로 전락시키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법을 어기면서 자녀 몰래 녹음기를 들려 보내는 학부모가 늘고, 교사는 불안한 마음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녹음방지기까지 사야하는 막장교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교총은 이어 “교실 몰래 녹음의 예외 인정은 또 다른 예외를 낳게 되고 결국 모호한 예외 기준이 면죄부만 부여해 몰래 녹음이 만연되는 현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교실을 황폐화시키는 몰래 녹음은 불법임을 분명히 하고 엄벌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몰래 녹음은 증거로 불인정하고 특수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초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정당성·상당성·긴급성·보충성이 인정된다면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 학대 혐의로 특수교사가 기소된 사건 1심 재판에서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 징역형 선고유예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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