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덕분에 이달 전기료 1110원 나왔어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르포..4개 컨소시엄 비즈니스모델 경쟁
8일부터 `한국 스마트그리드 주간`
  • 등록 2010-11-04 오후 2:14:18

    수정 2010-11-04 오후 3:22:17

[제주=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제주시 구좌읍 동봉리의 박신홍(65) 씨는 기자에게 전기요금 고지서를 내밀었다. 최근 두달치 청구금액은 고작 2220원. 한달에 1110원꼴이다.

전기 기본료가 1000원, 여기에 붙는 세금이 11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씨 가족의 두달치 전기 사용량은 `0`이었던 셈이다. 큼직한 TV도 거실에 있었고, 냉장고와 세탁기도 보였다. 다른 점은 박씨의 집이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범사업 가구라는 것 뿐이다.

▲ 제주 구좌읍 동봉리의 박신흥씨의 전기요금 통지서. 두달치 전기요금으로 2220원이 찍혀 있다.
"보통 한달에 4만5000원~5만5000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나왔거든요. 근데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 참여한 이후부터 줄곧 전기요금이 이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저희야 돈을 아낄 수 있으니까 너무 좋죠."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옥상에 설치된 3kW 규모의 태양광발전. 햇볕이 좋을 때는 태양광발전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집에서 쓰는 전기보다 많아 전기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가기도 한다.

여기다 `IHD(In Home Display)`란 통합단말기로 전기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집안의 모든 전원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 단말기로 가장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의 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전기코드마다 대기전원차단장치를 달아 낭비되는 전력도 대폭 줄였다.

박씨 집의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컨소시엄(SK텔레콤, SK에너지, 현대중공업)의 신용식 SK텔레콤(017670) 스마트그리드사업추진팀 매니저는 "스마트그리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각 가정에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 수 있다"며 "전기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전으로부터 매달 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매니저는 "박씨 가정의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은 시범단지여서 무료로 설치됐지만, 1500만원 정도 설치비용이 들더라도 남는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 7~8년이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신흥씨가 기자들에게 집에 설치된 IDH 단말기를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는 정보기술(IT) 등을 이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다. 스마트그리드가 보편화되면 전체 사용 전력을 2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식경제부는 제주도 구좌읍의 약 6000세대를 대상으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성, 상용화를 위해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이곳에 정부 685억원, 민간 1710억원 등 총 2395억원이 투자된다.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실증단지에는 한전(015760)·SK·포스코(005490)·LG(003550)컨소시엄 등 4개의 컨소시엄이 구획을 나눠 참여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사업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선정해 스마트그리드 사업모델로 결정할 예정이다.

김재섭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단장은 "스마트그리드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검증되고 있다"며 "다만 에너지 절약의 효율성 높고 비즈니스모델로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모델을 찾기 위해 각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경부는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제주에서 `한국 스마트그리드 주간`을 개최한다. 이번 스마트그리드 주간에는 ISGAN(스마트그리드 정부간 협의체)의 회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기술표준을 논의하는 기술표준포럼 등이 열리고, 스마트그리드 체험홍보관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엄찬왕 지경부 전력산업과장은 "이번 스마트그리드 주간은 스마트그리드가 먼 미래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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