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로 읽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왜 ETF에 목을 멜까

높은 변동성 재확인…수요기반 넓혀줄 ETF 기대 더 커져
2014년 첫 금(金) ETF 상장 후 금값도 500→1900달러 급등
"시세조작 우려"…SEC, 8년 전부터 비트코인 ETF에 퇴짜
겐슬러 위원장 "투자자 보호 미흡, 거래소 등록 안돼" 지적
  • 등록 2021-06-07 오후 12:33:24

    수정 2021-06-07 오후 12:33:24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4월 한때 6만4000달러라는 역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이 4만달러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약세국면을 벗어나게 해줄 잠재적인 호재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월스트리트에서 흔히 구루(Guru)라고 불리는 투자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기관투자가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비트코인이 주식, 채권, 원자재, 금(金)과 같이 전통적인 투자자산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높은 가격 변동성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 들어 다시 재개된 미국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어떤 화답을 할 지가 시장에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이들 알다시피, ETF란 개별적인 주식과 채권, 원자재(상품) 가격은 물론이고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주요 가격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만큼 수익률이 이를 따라가도록(=추종하도록) 설계한 금융투자상품입니다.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일종의 인덱스펀드지만, 이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개별 종목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것이 ETF입니다.

이렇다 보니 투자할 개별 종목을 일일이 선별하는 대신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구요. 인덱스펀드에 가입할 때의 번거로움 없이, 또 저렴한 수수료로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점도 굉장한 장점입니다. 일례로 테슬라 주식을 살지, 애플 주식을 살지 고민이라면 이들 종목이 다 포함돼 있는 미국 테크주 ETF에 투자하면 됩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ETF 시장규모가 주식형 공모펀드를 앞질렀고, 우리보다 앞선 미국 시장에서는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보다 주식 ETF에 투자하는 개인이 더 많습니다. 특히 금처럼 현물을 직접 사고 파는 게 번거로운 투자자산일 경우 ETF로 매매하는 건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ETF가 투자의 세계에서 대세가 되다 보니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만들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저변을 넓히겠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비트코인 ETF가 생기면 비트코인을 직접 사들여야 하니 투자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금 ETF는 투자자 돈을 받아서 실물 금을 사고, 런던에 있는 지정금고에 금을 보관합니다. ETF 1주로 금 0.1온스 정도를 산다고 합니다.

금ETF 최초 상장 후 금값 추이


실제 지난 2004년 11월1일에 세계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금 ETF인 `SDPR 골드셰어즈`가 상장된 후 불과 7년여 만에 금값은 온스당 500달러 수준에서 1900달러 이상으로 3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금 ETF가 된 `SPDR 골드셰어즈`가 보유하고 있는 금만 1248톤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중국 정부가 들고 있는 금 보유량(1948억톤)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런 학습효과 탓에 비트코인 ETF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3년부터 꾸준히 인가 신청이 이뤄졌습니다. `가상자산 전도사`로 불리는 윙클보스 형제는 2013년 7월1일 SEC에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이름의 ETF 상품 인가를 최초로 신청했고, 이후 지난해까지 20여건에 이르는 비트코인 ETF가 인가 신청을 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습니다. 여전히 전체 시장 유동성이 많지 않고 거래소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으니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제이 클레이튼 전 SEC 위원장은 “가상자산 가격 조작 이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비트코인 ETF가 승인을 받으려면 이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해 ETF 승인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이 때부터 아예 비트코인 ETF를 인가해 달라는 시도 자체도 뜸해졌는데, 그러다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뉴욕에 본사를 둔 반에크 어소시에이츠가 오랜만에 SEC에 ‘반에크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비트코인 ETF를 인가해 달라는 신청을 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SEC에 신청된 비트코인 ETF는 피델리티, NYDIG 등 총 9건이나 됩니다.

알다시피 최근 기관투자가와 큰손들의 비트코인 시장 참여가 늘어나니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면서 유동성도 늘어났고, 그만큼 가격 조작 리스크가 줄었다는 게 이들 운용사들의 주장입니다. 더구나 올 들어 유럽은 물론이고 북미 캐나다와 남미 브라질에서 미국보다 한 발 앞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를 잇달아 승인하고 거래소에 상장시켜 거래하고 있는 터라 미국도 그런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마크 유스코 모건크릭캐피탈 매니지먼트 창업자는 “비트코인 ETF가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 SEC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잇다”고 했고, 에릭 벨처너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ETF 담당 수석애널리스트도 “캐나다에서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올해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쳤습니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작년이 비트코인에게는 전 세계에서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인기 자산으로 등극한 한 해였다면, 어쩌면 올해는 ETF가 허가를 받으면서 비트코인이 본격 대세 상승을 시작하는 원년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이달초 미 하원 금융서비스 소위원회에 출석했던 게리 겐슬러 SEC 신임 위원장은 “가상자산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너무나도 미흡한데다 거래소 중 어느 한 곳도 SEC에 공식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서 비트코인 ETF 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겐슬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미국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셔로드 브라운이나 엘리자베스 워런과 같은 강경파 의원들은 비트코인 ETF 인가 심의과정에서 SEC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아직까지는 비트코인 ETF 승인과 그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에 대해 섣불리 기대를 가지긴 조심스러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토드 로젠블러스 CFRA ETF 리서치담당 대표도 “SEC 당국자들의 발언으로 볼 때 비트코인 ETF가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ETF를 발행하는 운용사들이 투자 위험성을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는 지를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본다면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얼마나 낮추고 증시에 비해 부족한 유동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펀드 규모가 적절할 지에 따라 승인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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