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마트 후레쉬센터, '新유통지도 새로 쓴다'

전공정 자동화로 선도 등 최상수준 유지
최병렬 대표 "생산자·소비자 모두 이득"
  • 등록 2012-09-13 오후 3:04:11

    수정 2012-09-13 오후 3:04:11

[이천=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필리핀 바나나 농장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돌(Dole)社에서 바나나 재배 농민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모종부터 비료까지 지원해 줍니다. 농민들은 열심히 재배해서 돌社에 100% 납품하고, 돌社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등급을 매겨 좋은 바나나를 재배한 농민들에겐 계약때 보다 더 많은 돈을 줍니다. 이런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최병렬 이마트(139480) 대표이사는 후레쉬센터를 함께 둘러보는 내내 우리 유통구조의 낙후성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를 강조했다. 제대로된 시스템으로 신뢰가 쌓인다면 생산자는 땀 흘린 대가를 제대로 받고, 소비자는 좋은 물건을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이마트 후레쉬 센터 전경.
최 대표의 이런 생각을 현실화한 게 이마트 후레쉬센터다. 13일 서울에서 버스로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이천의 후레쉬 센터의 첫 인상은 깔끔했다.

후레쉬 센터는 부지 9000평, 연면적 1만4000평에 조성된 종합 물류센터다.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농작물의 입하부터 선별, 저장, 포장, 출고까지 일관시스템을 갖췄다.

생산자는 경매나 도매시장에 공급할 때보다 10% 가량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고, 소비자는 기존 판매가대비 20~30% 인하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첨단저장기법을 통해 늘 신선한 농수산물을 수확기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후레쉬센터에 들어오는 모든 농수산물이 거쳐야하는 1층 입하장부터 둘러봤다. 이 곳은 서늘했다. 제품의 선도 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곳에서 제품의 당도와 선도 등을 측정해 합격한 제품만이 공정라인으로 투입된다.

이마트 후레쉬 센터의 양파 선별 과정.
적재용량 5000㎏의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양파 공정라인으로 올라갔다. 후레쉬센터는 각 층별로 과일과 채소 등의 공정이 특화돼있다. 총 5층으로 구성된 건물이지만 층고가 높아 아파트 15층 높이와 맞먹는다.

양파 공정라인은 모든 작업이 자동화 돼있었다. 양파가 들어오면 기계로 먼저 투입된다. 기계는 양파들을 자동으로 선별해 포장한다. 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포장돼서 나온 양파들은 눈으로 보기에도 신선했다.

양파 공정을 뒤로하고 4층 감자, 고구마 공정을 찾았다. 이곳도 자동화 시설로 움직이고 있었다. 들어온 감자와 고구마를 기계로 두번 세척한다. 이후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제품을 선별한다. 벽면 곳곳에는 해당 층에서 관리하는 농수산물의 육안 선도 감별법이 크게 붙어 있었다.

선별된 감자와 고구마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포장라인에 들어선다. 깔끔하게 포장된 감자와 고구마들은 ‘이마트 후레쉬센터’라는 마크를 달고 각 매장으로 옮겨진다.

이태경 이마트 신선식품담당 상무는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모두 ‘이마트 후레쉬 센터’라는 마크가 붙는다”며 “매장에서 이곳을 거치지 않은 일반 상품과 비교해보면 훨씬 신선하고 저렴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선별 과정.
3층은 과일 공정이었다. 수많은 사과들이 크기와 선도, 당도 등에 따라 자동분류되고 있었다. 추석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런지 VIP용, 제수용 등으로 구분돼 각 라인별로 사과가 분류됐다. 분류된 사과는 고급스런 케이스에 담겨진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한국에 새로운 유통 모델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후레쉬 센터를 시작했다”며 “수익을 우선시 했다면 이런 물류센터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자와 소비자간에 좋은 물건과 합리적인 가격이 매개가 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면 후레쉬 센터의 목표는 이룬 셈”이라면서 “앞으로 왜곡되고 낙후된 우리의 유통 과정에 신뢰를 심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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