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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해야 하고, 공무원이나 전문가를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참을성이 부족한 정치인들을 인내심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라며 “불확실한 재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명확하게 단답식으로 답하라 하는 과학적 사고가 부족한 판사들을 이해시켜야 하고, 선정적인 기사를 써야만 하는 일부 기자들을 달래야 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극한 상황에서 소통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은 그런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아 개인이 열심히 몸으로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친다. 그런데 지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야속하다”라고 했다.
이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효력 정지 신청이 연이어 제기된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법원은 지난 4일 학부모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의 방역패스 도입을 중단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청소년의 학습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이 학부모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부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항고했지만, 학원 등의 방역패스는 잠정적으로 적용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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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청인 측은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백신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 강제는 기본권 제한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 측은 “백신 미접종자는 전체의 6% 정도밖에 안 되지만 중환자와 사망자의 53%를 차지한다”라면서 백신 접종의 효과를 강조했다. 백신 미접종자 6%로 인해 의료체계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지금 95%가 달성됐는데 (접종을) 몇 퍼센트까지 해야 하느냐” 재차 물었고, 복지부는 “예방접종만으로는 안 된다”라고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재판부는 “아까는 방역패스가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냐”라며 “전 국민이 백신을 다 맞아도 대유행이 벌어지면 의료체계 붕괴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그렇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유행이 증가할 때 방역패스를 넓혔다가 유행이 줄면 좁히는 식으로 조절한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재판부는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뭐냐, 단답식으로 말해 달라. 이해가 안 된다”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방역패스를 확대하면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다는 것”이라며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날 심문을 끝낸 재판부는 현재 인용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집행정지 신청이 수용될 경우 대부분 시설에서 방역패스 효력은 잠정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