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기초생활수급 노부부…"스스로 도움 거부"

남편은 알코올 중독, 아내는 조현병 앓아
지역사회에서 복지 지원 서비스 권해도
당사자 거부로 치료 등 추가 조치 불가능
  • 등록 2021-07-30 오후 3:36:14

    수정 2021-07-30 오후 3:36:1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서울 도봉구의 한 임대주택에서 살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고령과 질환으로 자립할 수 없어 지역사회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당사자들이 복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거부해 인권문제 등으로 손 쓸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0일 경찰과 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시 37분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A(87)·B(76)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노부부의 사망은 누수 문제를 살피러 왔다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판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112신고를 하면서 알려졌다. 이들이 숨진 채 발견된 곳은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LH의 매입임대주택이다.

도봉구청에 따르면 숨진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고, 남편은 알코올 중독과 당뇨병, 아내는 조현병을 각각 앓고 있어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구청의 담당 직원이 2∼3일에 한 번씩 노부부를 찾았으며,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병원에 방문하는 등 복지 지원을 받도록 권했다. 영양 죽이 주기적으로 배달되기도 했다.

또 노부부는 매달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는 술을 사는데 주로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료와 수도료, 주민세도 내지 않아 체납 중이었으며, 구청의 담당 직원이 단전·단수를 우려해 요금을 대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나 노부부가 지역사회의 이러한 각종 복지 지원을 거부해 병원 치료 등의 조처를 할 수 없었다는 게 구청 측 설명이다. 남편은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체 일부가 괴사하고 있어 사회복지사가 간호사와 함께 방문해 치료를 받자고 설득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고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부부는 평소 주변 이웃과도 교류가 드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5일에도 집으로 찾아온 통장과 안부만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노부부처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정부와 지역사회 등의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 인권문제 등으로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병 등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중증 정신질환자라도 본인이 완강히 거절하면 인권문제로 비자의(강제) 입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도 “병원에 가자고 권유했지만, 완강하게 거부해 추가적인 조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노부부를 부검한 결과 범죄에 희생되거나 사고를 당해 숨진 것으로 의심할만한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곧 장례가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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