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8원 내린 1022.5원에 마감하며 2008년 8월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에서 암묵적인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이 지난달 초순 무너진 이후 달러-원 환율은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다. 지난 4월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 넘게 절상돼 주요 40개국 통화 중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원화 강세가 계속되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2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에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3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개월째 사상 최대치 행진을 벌이는 외환보유액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기준 3500억달러를 웃돈다. 이밖에 단기채무 상환능력 개선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상흑자와 단기채무 상환능력 개선, 외환 보유액 등을 고려하면 원화는 추가 강세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불확실 요인이 부상하지 않는다면 달러-원 환율은 1000원선에 근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환율 민감도가 높은 자동차 등 대표 수출주 실적이 악화되고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같은 우려에 자동차 대표주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초 이후 11%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환율 하락기에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증시가 받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는 것. 환율에 민감한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이미 해외로 상당 부분 옮겨진 상황인데다 환율 하락은 국내 달러화 수급 개선을 의미하는 만큼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게 아니라는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경기가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않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악재”라며 “다만 그간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반영된 만큼 주가가 크게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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