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영상 삭제해도 소용없다"…法, 목격자 진술로 유죄 인정

전 여자친구 나체 사진 몰래 촬영한 혐의
현 여친이 목격한 뒤 알려줘 범행 드러나
法 "몰카 타인에 보여주기까지"…징역 1년 실형
  • 등록 2024-09-25 오전 11:39:58

    수정 2024-09-25 오전 11:40:56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몰래카메라 영상과 사진을 삭제해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피해자가 해당 영상물을 본 적도 없지만 이를 목격한 사람의 진술이 있다면 죄를 물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8단독 이미나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전 여자친구인 B씨와 교제하던 중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범행은 B씨의 친구이자 A씨의 여자친구인 C씨가 해당 영상물 등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C씨는 이 사실을 B씨에게 알렸다.

문제는 해당 영상물 등이 이후 삭제가 돼 B씨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B씨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고소를 결심했고, C씨는 재판에 출석해 본인이 목격한 몰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그 친구의 주된 내용이 일치하고 A씨가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한 모습을 목격한 구체적 진술 등에 비춰보면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을 타인에게 보여주기까지 하였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수의 폭력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통해 성행의 개선과 교화의 기회를 얻기도 했음에도 나아지지 않고 폭력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의 항소로 인해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리버티 김지진 변호사는 “통상 몰카 사건에서 해당 사진이나 영상이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실무인데 피해자가 직접 본 몰카도 아닌데 제 3자의 진술로 공소사실을 입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남자친구 핸드폰에서 다른 여자의 몰카를 봤다는 상담이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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