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故 채 상병 사건 수사, '경찰 지휘부' 개입 정황"

해병대수사단 사건 결과에 외압 의혹 제기
국회에 수사 지휘부 포함한 국정조사 요구
"대화 속 지휘부 누구인지 밝혀야"
  • 등록 2024-01-16 오후 12:33:33

    수정 2024-01-16 오후 12:33:33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군인권센터가 고(故) 채 상병 사건 수사에 경찰과 해병대 수사단이 개입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센터 측은 사건기록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회수되는 과정에 경찰 간부가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다며 진상규명을 국회에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고(故)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군인권센터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수사단 소속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관계자의 통화 녹취록 2개를 언론에 공개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녹취록이 각각 지난해 8월 경북경찰청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수사기록이 회수된 날과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수사단을 압수수색한 날 이뤄진 통화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제보된 음성파일 속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녹취록 공개 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익성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공개 사유를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공개된 음성으로 윗선의 수사 개입 정황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해병대수사단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A씨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사건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것과 관련해 B씨에게 ‘경북청은 왜 자료를 제공 받았다, 인계를 못 받았다고 하는지 궁금하다’는 취지로 물었고, B씨는 ‘저희도 지휘부가 검토 중이다. 저희 대장님도 헌병대장님한테 전화를 받았다’고 답한 정황이 담겼다.

이 대화 내용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수사기관에서 완료된 수사기록을 다른 수사기관이 가져갈 때는 통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며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원자료를 복사하면 되는데 이를 안 지켜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에 등장하는 ‘지휘부’가 경찰청 지휘부인지, 검토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며 “지휘부가 누구든지 경찰이 조직적으로 기록 탈취에 대응할 논리를 만들기 위해 토의를 거친 정황이 분명해진 만큼 경찰도 이 사건의 수사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와 대통령실 내 채 상병 사건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참석하는 ‘슈퍼 국정조사’를 열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한 해병대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은 군인이기 때문에 언론 인터뷰에 참여하면 박정훈 대령처럼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합법적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국정조사장에서 국가법에 따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생존 해병들뿐 아니라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었던 임종득씨, 당시 국방부 관계자들도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1사단장 등 군 간부 8명의 ‘주의 의무 위반’을 채 상병 사고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9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사건 이첩을 보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지시하면서 경찰 수사는 개시되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는 지휘관들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된 것을 이유로 민간경찰에 제출된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를 회수하도록 조치했다. 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이첩했다며 그를 보직 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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