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뚫린 사각지대 `자회사 공시`

[이데일리 류의성 안재만기자] `자회사의 경영사항 공시하지 않는 것이 투자자 보호`

NHN(035420)의 게임 자회사가 웹젠 지분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이같은 공시규정이 과연 적절한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관계기사 참조 ☞(프리즘)자회사, 공시의 사각지대?> 
 
현행 코스닥공시규정은 상장기업의 자회사 경영사항에 대한 별도 항목을 두고 있지 않다. 상장사가 지주회사일 경우에만 부도 및 파산, 해산 사유가 있을 때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거래소 설명이다.

◇자회사 경영상황 공시 입맛대로?

11일 오전 NHN게임스의 웹젠 지분 취득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선물거래소는 웹젠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NHN 측은 공시를 하고 정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곧 `자회사 상황이라 공시할 필요가 없다. 거래소에서도 공시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5월29일 웹젠 인수설이 제기됐을 때 NHN은 "웹젠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시했다. 다만 "계열사 중 하나가 사업강화를 위해 국내외 게임개발사의 인수를 포함한 제휴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웹젠 측도 NHN로의 피인수를 검토한 바 없으며 국내외 다수 업체와 전략적 제휴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와 NHN의 논리대로라면 당시 굳이 계열사의 움직임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해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시장에 알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지 않았겠냐"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도 같은 논리로 공시를 통해 시장에 알려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건 회사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웹젠에 조회공시를 요구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NHN게임즈가 NHN과 관계는 있지만 그건 자회사이지 않느냐. 그 점에 대해 거래소가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2주전에 공시한 웹젠에게도 공시번복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인수 주체가 NHN이 아니라 NHN게임즈기 때문에 이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이 관계자는 "인수 주체가 NHN게임스이기 때문에 조회공시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자회사의 M&A건이기 때문에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주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11일 NHN은 게임 자회사인 NHN게임스가 웹젠 지분 10.52%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NHN게임스는 이미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이를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연찮게도 9일과 10일 웹젠 주가는 각각 6.90%와 12.54% 올랐다.

11일 주식시장에서도 웹젠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가는 한때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동안 피인수 가능성과 설이 제기됐었지만 9일 이사회 후에는 `확정`된 내용이 퍼져나갔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사회 후 공시를 했었다면?이라는 질문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자회사 사항이라도 주가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면 이를 공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는 지적에 대해 거래소는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같은 헛점으로 투자자와 주가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지금 답할 사안은 아니다. 충분히 검토해보고 입장을 밝히겠다"며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