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이 갑작스레 블록딜 방식으로 주식 전량을 풀어놓은데 대해 `(테마섹한데) 당했다`거나 `뒤통수 맞은 꼴`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내 일각에선 우리금융(053000) 등과의 인수합병(M&A)전이 본격화되기 전에 팔고 나간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식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테마섹은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가 갖고 있는 하나금융 주식 2038만주를 21일 오전 장 개시 직전 모두 팔아치웠다. 할인률 6%를 적용해 기관투자자들에 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테마섹이 매각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꼭 이런 방식으로 매각하는게 최선이었냐는 측면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 회장 역시 구체적인 매각시점과 매각방식 등에 대해선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상 이런 딜에서 최대주주가 보유지분을 팔려고 마음을 먹으면 하나금융이 우선적으로 투자자를 찾아 보고, 또 가능하면 하나금융측이 물색한 투자자에 넘기는 방향으로 조율을 해 진행이 되는데 테마섹은 9%가 넘는 물량을 자체적으로 팔아치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나금융과 테마섹이 오랫동안 지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9.6%나 보유한 1대 주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도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해석들이다. 이런 방식의 매각은 하나금융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골드만삭스 등 다른 최대주주들도 하나금융 지분을 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이런 움직임은 우리금융 M&A를 추진하기 위해 하나금융이 재무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으로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결국 이날 하나금융 종가는 3만2950원 전날보다 7.31%나 떨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M&A를 추진해야 하는 하나금융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지금 시점에서 팔고 나간 게 다행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정말 테마섹이 우리금융 M&A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지분을 팔았다면 합병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파는 것보다 지금 파는게 하나금융 입장에선 낫다"고 말했다. 자칫 최대주주가 합병에 반대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더 큰 골치거리를 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M&A 추진에)소극적인 주주라면 지분을 전부 팔고 나가는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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