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테마섹 지분매각에 "당했다" vs "차라리 잘됐다"

분위기는 감지했지만 매각시점·방식은 몰랐던 듯
"팔려면 지금 파는 게 낫다" 위안도
  • 등록 2010-10-21 오후 3:21:20

    수정 2010-10-21 오후 3:23:31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최대주주였던 테마섹이 하나금융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을 두고 하나금융 내에선 당혹스러워하는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테마섹이 갑작스레 블록딜 방식으로 주식 전량을 풀어놓은데 대해 `(테마섹한데) 당했다`거나 `뒤통수 맞은 꼴`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내 일각에선 우리금융(053000) 등과의 인수합병(M&A)전이 본격화되기 전에 팔고 나간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식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테마섹은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가 갖고 있는 하나금융 주식 2038만주를 21일 오전 장 개시 직전 모두 팔아치웠다. 할인률 6%를 적용해 기관투자자들에 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테마섹이 매각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꼭 이런 방식으로 매각하는게 최선이었냐는 측면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전날(20일)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매각방침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테마섹이 최근 금융업종의 투자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하나금융 주식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길 들었고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회장 역시 구체적인 매각시점과 매각방식 등에 대해선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상 이런 딜에서 최대주주가 보유지분을 팔려고 마음을 먹으면 하나금융이 우선적으로 투자자를 찾아 보고, 또 가능하면 하나금융측이 물색한 투자자에 넘기는 방향으로 조율을 해 진행이 되는데 테마섹은 9%가 넘는 물량을 자체적으로 팔아치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나금융과 테마섹이 오랫동안 지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9.6%나 보유한 1대 주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도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해석들이다. 이런 방식의 매각은 하나금융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측에서는 테마섹의 이번 지분 매각이 단순히 포트폴리오 조정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테마섹이 우리금융 M&A 추진에 반대해왔던 것을 거론하며 지분 매각 배경의 주된 이유를 우리금융 M&A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골드만삭스 등 다른 최대주주들도 하나금융 지분을 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이런 움직임은 우리금융 M&A를 추진하기 위해 하나금융이 재무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으로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결국 이날 하나금융 종가는 3만2950원 전날보다 7.31%나 떨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M&A를 추진해야 하는 하나금융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지금 시점에서 팔고 나간 게 다행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정말 테마섹이 우리금융 M&A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지분을 팔았다면 합병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파는 것보다 지금 파는게 하나금융 입장에선 낫다"고 말했다. 자칫 최대주주가 합병에 반대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더 큰 골치거리를 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M&A 추진에)소극적인 주주라면 지분을 전부 팔고 나가는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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