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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증인선서 대신) 거부 소명서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기본권 차원에서 선서를 거부합니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그러니까 증언은 하되 선서는 거부하겠다는 것입니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신기남 위원장)
“원칙적으로 증언은 거부하지만 질의성격에 따라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 (김 전 청장)
16일 오전 10시 국회 국정원 댓글의혹사건 국정조사 청문회장.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청장은 당당해 보였다. 그는 양팔을 넓게 벌린채 증인석 위에 올려놓고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중”이라면서 거침없이 증인거부 소명서를 읽어나갔다. 신 위원장이 오히려 “머라고요? 다시 한번만”이라면서 당황했다.
원세훈·김용판, 나란히 증인선서 거부
증인선서는 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증인이 ‘양심에 따라 숨김없이 사실대로 증언하겠다’고 밝히는 절차다. 증인선서 거부는 법률로서 규정돼있긴 하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전 청장의 태도는 곧바로 이어진 국정조사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과의 질의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정 의원이 심정을 묻자 김 전 청장은 똑바로 노려보면서 “특별한 감정이 없다”고 했고, “특별한 일도 아니냐”라는 정 의원 질의에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김 전 청장에 이어 원 전 원장도 진실 말하겠다고 하면서 선서조차 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정 의원의 비판에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당당한 김용판‥“중간수사 발표 허위 아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도 일일이 응시하면서 답했다. 일부 질의에서는 옅은 웃음을 머금기도 했다. 때문에 김 전 청장이 증인 같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다만 그는 증인선서는 거부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의혹에는 적극 답했다.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16일 오후 11시께 ‘댓글은 없다’고 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허위발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권영세 주중대사(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과 통화의혹에 대해서는 “얼토당토 않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이날 청문회는 오히려 김 전 청장의 해명의 장이었다는 관전평도 적지 않았다.
담담한 원세훈‥“선거법 위반 아니다”
원 전 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차분하게 답했다. 김 전 청장이 당당해 보였다면, 원 전 원장은 담담해 보였다. 다만 야당의 의혹제기에는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원세훈 전 원장)
“검찰은 국정원장부터 말단직원까지 공모해서 조직적 선거개입을 했다고 판단했다.” (정 의원)
“동의하지 않는다.” (원 전 원장)
원 전 원장은 또 묵비권도 행사했다. 그는 재직 시절 종북좌파세력 척결 지시사항을 담은 국정원 내부문건인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원 전 원장은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천안함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한 사람이 강원지사에 당선됐다’고 발언을 했는지 묻자 “구체적인 부분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 의원이 곧장 “본인에게 유리한 사항만 대답하지 말라”고 따지고 들었지만 원 전 원장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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