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5년 연비계획 하향 수정 가능성↑… 현대·기아차 득실은

美IHS 보고서 “전 차종 평균 연비 54.5mpg 목표 달성 현실적으로 어려워”
현대·기아차, 완화 땐 부담 덜지만 트럭 미진출 따른 상대적 우위 잃어
  • 등록 2016-07-28 오전 11:19:21

    수정 2016-07-28 오전 11:30:47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025년까지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전 차종 평균 연비를 54.5mpg(ℓ당 23.0km)까지 높이겠다는 미국 정부 계획이 완화될 조짐이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차(000270)를 비롯한 제조사는 부담 완화 기대감과 함께 경쟁 비교 우위 득실을 따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오토모티브는 최근 2025년까지 전 차종 평균연비 54.5mpg로 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가 지킬 수 없으리란 전망 보고서를 미국 환경보호청(EPA),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캘리포니아대기국(CARB) 등 관계 당국에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미국 정부는 2012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2025년식 자동차 전체 평균 연비를 54.5mpg(23.0km/ℓ)로 높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현지 언론 일부가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HS는 그 이유로 미국 운전자의 트럭 선호를 꼽았다. 전 차종 평균 연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고연비 소형차 판매 비중이 늘어야 하는데 실제론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IHS의 설명이다.

스테파니 브린리(Stephanie Brinley) IHS 수석연구원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승용차와 트럭의 비중이 2012년 49.5%대 50.5%에서 67%대 33%으로 역전돼야 하는데 2016년 현재 이 비중은 오히려 40%대 60%로 트럭이 늘었다”고 밝혔다.

IHS는 최소 2018년까지 당장 이 목표치를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차량 평균 연비는 승용차가 44.1mpg(18.7㎞/ℓ), 경트럭이 31.9mpg(13.6㎞/ℓ)가 되리라 전망했다. 전기차가 획기적으로 보급되지 않는 한 가솔린 엔진의 발전 속도가 10mpg에 달하는 목표와의 차이를 좁히기 어려우리란 것이다.

제조사들은 목표치 축소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2%대에 불과한 친환경차 비중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데는 적잖은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순수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기준 0.2% 수준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연비가 높아 대안으로 제시됐던 디젤차도 지난해 9월 폭스바겐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 여파로 북미 상륙이 주춤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목표치 하향 수정에 득실이 함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당장 부담은 덜겠지만 전 차종 평균연비를 높이는 건 경쟁사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절반 전후인 북미 트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제가 셀수록 부담이지만 경쟁 우위에 서는 구조다.

현대·기아차는 재작년 2020년까지 친환경차 라인업을 22종까지 늘리는 친환경차 로드맵을 시행했고 올 들어 이를 다시 26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첫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현대차)과 니로(기아차)도 올 초 내놓고 연내 북미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목표 변경 여부와 무관하게 각국 친환경 규제는 날이 갈수록 강화하는 추세”라며 “꾸준한 친환경 라인업 확대를 통해 친환경차 부문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기존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올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첫 친환경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 3종(HEV·EV·PHEV)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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