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는 지난 10일 ‘안녕들 하십니까?’란 제하의 대자보를 교내 정경대 후문에 붙였다. 내용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의 직위해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밀양 송전탑 건설 등에 관한 것이었다. 주 씨는 이런 논란을 언급한 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닐지 여쭐 뿐입니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대학가에서 이에 대한 응답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화답성 자보가 수십 장 붙었다. 이어 13일에는 성균관대 정치학과 최종학씨가 ‘성균관 학우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란 제하의 대자보를 학내에 올려 이에 화답했다. 최 씨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전교조 법외 노조화 △파업 참여 철도노동자 직위해제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상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는 시절”이라며 “그간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보면서 안녕하고자 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고 밝혔다.
중앙대 표석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장도 ‘정치적 공간의 복원을 염원하며’란 제목의 자보를 통해 “우리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며 “다시금 우리의 말을 할 수 있는 공간, 정치적인 공간의 복원을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상명대에서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학생이 “안녕하지 못한 나라를 외면해가면서까지 혼자 안녕할 수 없다. 저는 다시 16살 촛불을 들었던 안녕하지 못한 사람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연세대 의과대학 임태경씨도 대자보 릴레이에 참여했다. 임태경씨는 “개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회 앞에 보란 듯이 일어나 나를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에 떳떳하게 고하고 싶다”며 “14일 낮, 시간 나는대로 바로 행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대학생 릴레이 대자보에 대해 “요즘 학생들도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 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부조리가 남아있고, 그것이 자신들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