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연기금은 539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난 9월11일(5485억원) 이후 가장 많은 액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로 인해 코스피 시장은 급락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닷새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장중 한때 900선이 깨지는 등 지난 주에 이어 급락세를 이어갔기 때문에 연기금의 막판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다만 이처럼 연기금의 일방적인 매수공세로 지수가 반등한 데 에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지수를 왜곡시킬 우려도 있을 뿐더러, 일부 대형주에만 온기가 미쳐 중소형주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연기금 자체의 판단에 따른 시장 개입을 나무랄 수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수급 공백에 따른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심리적인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평가다.
◇연기금 고비마다 `구원군`
이날 국내 증시는 한국은행의 강도높은 금리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과 아시아 증시 급락 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장중 한때 900선이 깨졌다. 800선대로 밀린 것은 45개월만이다. .
하지만 연기금은 지수가 900선 아래로 내려가자 매수세를 늘리기 시작하더니 장 막판 매수 규모를 크게 늘리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1400선 지지를 시험하던 9월 초와 120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이달 초에도 연기금은 매수규모를 키우며 시장 방어와 저가매수에 나섰다. 연기금은 지난 9월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까지 5조362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닿는 곳만 선방..중소형주 `한겨울`
연기금은 주로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매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형주는 극심한 수급 공백에 시달리며 대형주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중형주는 8.04%, 소형주는 6.52% 급락했다. 반면 대형주는 2.24% 올랐다. 코스닥 시장은 5.60% 내렸다.
연기금은 10월 이후 9961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 중인 가운데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3000억원 넘게 순매수했고, 포스코(005490)와 신한지주가 그 뒤를 이었다. 시총 상위 대형주만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
◇연기금 매수 공세..`시장왜곡될 수도` vs `시장안정 일등공신`
이에 따라 이날 주식 시장은 `시장은 하락하고, 지수만 올랐다`는 냉소적인 해석도 흘러나왔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대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포석도 깔려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오늘 장 막판 연기금 매수세 덕분에 상승반전했지만, 연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주가 지수는 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장에 대한 신뢰인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일단 어떤 식으로든 지수가 안정을 되찾는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호적인 시선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연일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우선 매수공백을 메우고 시장안정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것.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파는 것을 국내 투신이 사지 않아 수급이 심각하게 뒤틀린 상황에서 받아줄 곳은 연기금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현재 자산배분 상 주식을 적게 들고 있기 때문에 지수가 하락하자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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