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북한 리스크에 韓 국가신용등급 '트리플A' 되기 어렵다"

국제 신용평가사 S&P 기자간담회
"가계부채 비율 높지만 신용등급 영향 제한적"
올해 韓 성장률 1.1%에서 1.3%로 상향
"IT등 업황 개선은 '긍정'적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는 '부정'적"
중동분쟁·亞 '선거'…"신용등급의 또 다른 악재될 수도"
  • 등록 2023-12-06 오후 2:07:29

    수정 2023-12-06 오후 7:25:44

[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강건하다. 한국이 트리플A 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보다 더 탄탄한 부분도 있지만 더블A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북한 등 안보 관련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신용등급이 더 높은 수준으로 가지 못한다.”

킴엥 탄 국제 신용평가사 S&P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신용평가팀장(전무)은 6일 서울 여의도 페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 신용등급의 상방과 하방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밝혔다.

킴엥 전무는 “북한과의 갈등이 상당히, 지속 가능하게 줄어들고 북한이 경제를 개방해 글로벌 연계성을 강화, 갈등을 더 고조시키지 않는다고 하면 한국 신용등급 평가에서 북한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용등급이 트리플A까지 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단기간에 이러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어떤 이유에서든 중대하게 상당히 증가한다면 이 경우에도 북한과 관련이 높을 텐데 그렇게 되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킴엥 전무는 “심각하게 재정수지가 상당히 타격을 받아야만 등급이 하향될텐데 과거 이력을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국제 신용평사가 S&P가 6일 서울 여의도 페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하상렬 기자)


◇ 선거용 공매도 금지 조치 등 정책 뒤집기, 신용등급 영향 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지만 그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킴엥 전무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이슈는 뉴질랜드, 호주에도 있다. 한국만의 특별한 문제는 아니다”며 “규제 당국이 오랜 시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에 제약을 둬왔음에도 가계부채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금융기관이 이 부분을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저축률 등이 받쳐줬고 금융산업이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금융기관이 가계대출을 수행하는 데 있어 리스크를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배제하고 생각해보면 가계부채가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차주들은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경제 성장도 부진해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는 항상 리스크가 크다”고 부연했다.

킴엥 전무는 “올해 중동분쟁이 터졌으나 현재까지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작년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이 개선돼 신용등급 측면에서의 악재는 지나갔다는 평가다. 다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며 “중동분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더 많은 피해가 초래되면 에너지 공급망이 타격을 받게 되고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가 신용등급이 영향을 받고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재정수지도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킴엥 전무는 아시아 국가들의 선거가 이러한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시아 많은 국가들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며 “정부는 선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이러한 부정적 리스크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시기가 도래할 경우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는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나온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금리 조정 등이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반적으로 선거 기간 동안 평소와는 다른 정책들이 나올 수 있지만 신용등급 평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 하락 막으려면 ‘연금·퇴직연령 늦춰야’

한편 S&P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1%에서 1.3%로 상향 조정했다. 루이 커쉬 S&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초보다 한국 경제 전망이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긍정과 부정 요인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커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는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외부를 봐야 하는데 대외적으로 보면 복잡한 상황”이라며 “기술 업황 사이클이 개선되면서 한국 뿐 아니라 대만, 중국의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성장은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글로벌 수요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를 얼마나 지지해줄까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커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이 펼쳐지면서 보호주의와 주요국 정부의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북미나 유럽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전기차 등 미래 업종의 경우 관련 정책들이 주요국에서 입안되고 있어 과잉 공급 등의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막기 위한 대응책에 대해 “2020년말 잠재성장률은 2% 정도로 추정되는데 한국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고 연금수령 연령과 퇴직 연령을 늦추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내수 경제, 서비스 산업쪽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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