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유병언 찾아 40일 헤맨 '헛발질' 검·경

  • 등록 2014-07-22 오후 2:06:04

    수정 2014-07-22 오후 2:06:04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되면서 검·경의 정보력과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전남 순천경찰서는 순천시 서면 학구리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검·경이 이미 확보한 유병언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 6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저도로 부패된 변사체가 있다”는 농민의 신고를 접수, 신원파악에 나선지 39일 만인 지난 21일 저녁에야 유 전 회장임을 확인했다.

변사체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의 시신은 80% 이상이 부패해 백골에 가까운 상태로 사망 추정 시점은 빨라도 5월 25일 이후, 늦어도 6월 초 이전으로 장기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한 장례식장에서 나와 구급차량에 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경은 그동안 유 전 회장의 도주를 차단하기 위해 시신이 발견된 학구삼거리 등 5개소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한 때 은신했던 송치재 주변을 55차례에 걸쳐 총 8116명을 동원해 정밀 수색했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수사 지휘를 맡은 검찰은 공교롭게도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당일(21일) 구속영장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이에 경찰이 국과수를 통해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경간 원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경찰은 송치재 별장 인근에서 변사채를 발견하고도 단순 변사자로 인식하는 등 초기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40일에 가까운 검경 수사력 낭비를 초래했다.

이날 경찰이 유 전 회장임을 뒷받침해주는 정황증거로 변사체 발견 현장에서 나온 로로피아나 상의, 와시바 신발, 스쿠알렌, 꿈같은 사랑 문구 등을 제시했지만 변사체 발견 당시엔 이같은 사실을 몰랐거나 간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시 현장에는 흰 머리카락에 의심스러운 유류품들이 있었음에도 “외관상 유병언으로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기 때문.

결국 검경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지난 5월 22일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두 달간 전방위 검거작전을 펼쳤지만 사실상 ‘헛발질’만 계속한 셈이 됐다.

한편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는 “유병언의 사망 여부와는 별도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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