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CFO "재무약정, 부담만 됐다"

대한항공 재무본부장, 1분기 IR서 재무구조약정 언급
"자금조달 금리 높여 국부 유출..업종 고려해야"
  • 등록 2010-04-14 오후 3:41:13

    수정 2010-04-14 오후 5:54:47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약정 체결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MOU)에 대해 언급했다. 약정체결로 금융비용만 늘었을 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평가 잣대 자체가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이었다고 지적했다.
 
14일 대한항공(003490)이 서울 여의도에서 4년 만에 개최한 대형 기업설명회(IR). 이 자리에서 이 회사 이상균 재무본부장은 "항공산업은 경기침체로 부채비율이 모두 높은 상황이었는데, (금융당국은) 항공산업 특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작년에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당시, 은행측에다 항공산업에 대해 잘 모르지 않느냐, 평가 자체가 획일적이지 않느냐고 주장했지만 결국 (약정을) 체결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OU 체결로 도움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작년에 지난 2008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주채무계열 중간평가를 실시,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를 중심으로 주요 그룹의 재무상태를 평가했다. 
 
그리고 개선이 필요한 기업과는 MOU를 맺고 유동성 확충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은 작년 11월5일 MOU를 체결했다.

당시 대한항공측은 항공산업이 1대당 수억달러에 달하는 항공기를 구입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을 수 있지만, 유동성이나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 본부장은 "견실한 에어프랑스도 부채비율 406%, EV/EBITDA비율(기업가치를 세전이익으로 나눈 비율) 17%를 기록할 정도였다"며 "대한항공 수치는 에어프랑스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재무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08년 경기침체로 1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냈고, 외화환산손실만 1조5512억원이 발생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MOU로 자금조달비용 부담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해 국제 자금시장에서 장기자금을 조달할 때 위험요인이 있으면 무조건 금리를 올린다"며 "자금조달 비용만 늘어 국부(國富)가 해외에 유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그룹 차원에서 MOU를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오는 2016년까지 100억 달러를 조달해 항공기 50여 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는 MOU에서 벗어나 도입비용을 떨어뜨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한다"며  "빨리 MOU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이 좋게 나왔고 앞으로 추세를 볼 때 올해 MOU 졸업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1분기에 올린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작년에 조달한 고금리 자금 3000억원을 갚았다. 한 달 평균 1500억원 정도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어, 앞으로도 금리가 높은 부채를 상환해갈 계획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인 매출 2조5990억원, 영업이익 2202억원, 세전순이익 2269억원을 발표했다. 또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도 연초에 발표했던 8000억원보다 20% 증가한 1조원 수준까지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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