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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부동산 경기가 ‘꿈틀’대고 금리도 하락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문턱을 높일 전망이다. 가계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은행이 새로운 예대율 규제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4분기 국내은행 15곳의 가계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마이너스(-)3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가계주택에 대한 대출문턱을 더 높이겠다고 응답한 은행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가계일반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도 -3이었다.
은행들이 가계에 대한 대출문턱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경기상황이 부진해지고 가계의 소득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가계의 신용이 악화되고 대출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예상한 4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17을 기록했다.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 은행이 그렇지 않은 은행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은행이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받는다는 점도 가계에 대한 대출문턱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 새로운 예대율 규제는,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115%)와 기업대출(85%) 간의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활성화하려는 동인이 된다.
한편 국내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3, 7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대출태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우량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집중하고 있다는 은행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