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상이몽 아시아나 사고 원인

  • 등록 2013-07-11 오후 3:00:37

    수정 2013-07-11 오후 4:58:05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도대체 사고 원인이 뭔가요?”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020560) OZ214편 착륙 사고 이후 독자들이 기자에게 가장 많이 묻는질문이다.

혼란스러울 만도 하다.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관제탑 늑장 대응….’ 사고 원인을 둘러싼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탑승객 총 307명 가운데 사망자 2명, 부상자 181명 등을 낸 비극적인 참사였던 만큼 전 세계가 눈과 귀를 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사고 원인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고를 조사하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로 보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착륙 직전 고도와 속도를 문제 삼아 “조종사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언급하고 “기장이 비행기가 멈춘 후 90초가 지날때까지 탑승객에게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도 발표했다.

그럴 만도 하다. 사고 원인이 기체 결함이면 이를 제작한 미국 보잉의 책임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실수여도 미국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등은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원인을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미국에 성급한 브리핑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수많은 기자 앞에 서서 “기장의 자질엔 문제가 없다”며 “원인을 예단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NTSB가 정보흘리기식 언론 브리핑을 해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NTSB 측 발언 때문에 앞으로 조사 방향 등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이 걸린다. 현장과 기체 조사, 블랙박스 해독은 물론이고 생존자 등을 꼼꼼히 인터뷰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16번째 인명피해’. 이번 사고는 국적 항공사 역사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지금부터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국내 항공산업 전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게 유가족에게 주는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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