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부 합동조사단을 이끈 오태규 단장은 과천정부청사에서 가진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사전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사고였다"며 "기술적 한계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정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고스란히 사고의 책임을 떠안게 됐다. 거꾸로 한국전력(015760)은 사고의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 정전사고의 전말
고장은 여수화력변전소와 용성변전소 사이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GS칼텍스는 사고가 일어난 용성변전소쪽 선로가 아닌 두개의 별도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고로 정전은 일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1차 고장 직후 갑자기 GS칼텍스 내의 계전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GS칼텍스로 전력을 공급하던 첫번째 송전선로의 전기를 차단해버렸다.(표의 ②GS칼텍스 내 계전기 오작동)
이후 GS칼텍스로 들어오는 두번째 전력선마저 여수화력변전소 내의 계전기의 오작동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GS칼텍스에 23분간 정전이 발생했다. (표의 ③여수화력변전소 내 계전기 오작동)
GS칼텍스를 거쳐 전력을 공급받고 있던 LG화학(051910), 삼남석유화학 역시 정전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GS칼텍스는 전공장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2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삼남석유화학은 200억원, LG화학은 80억원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케미칼, 호남석유 등 산단 내 23개 업체도 순간적인 전압강하(전압이 떨어지는 현상)로 전압에 민감한 일부 공장설비의 가동도 멈췄다.
조사단은 이번 정전사고의 출발점인 1차 사고는 개폐기와 케이블을 연결하는 종단접속함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종단접속함에 시공할 때 미세하게 갈라진 틈이 발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틈이 커지면서 전기가 누출된 사고라는 것이다. 시공은 대한전선이 맡았다.
하지만 조사단은 시공을 맡은 대한전선도, 설비를 소유하고 있는 한전에도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 단장은 "이런 사고는 전력계통상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허용범위 내의 사고"라며 "지난해 한전의 검사 때에도 고장을 의심할만한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한전이 정상적으로 유지관리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 정전사고의 시발점인 1차 사고는 전력계통을 운영하면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에, 이 사고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 정전사태를 촉발시킨 GS칼텍스와 한전의 계전기 오작동에 대해서도 조사단의 결론은 비슷하다.
◇ "계측기 오작동은 맞는데.." 책임은 없다? 계전기는 전력설비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담당하는 전력계통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력을 차단하는 장치를 말한다.
GS칼텍스측 계전기와 한전 소유의 계전기는 모두 1차 사고가 있었던 전력계통에서 떨어져 있었던 송전선로에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조사단은 두 계전기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은 인정하면서 제조사의 문제도 소유자의 GS칼텍스나 한전의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오 단장은 "GS칼텍스측 계전기가 오작동한 것은 맞지만 에러 범위 내에서 오작동을 한 것"이라며 "계전기는 정밀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전력설비로 특수한 상황에서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한전측 계측기의 경우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정상적 과다 전류가 발생하면서 작동한 것"이라며 "따라서 계전기 제품에 문제가 있다거나 적절하지 않은 제품을 설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전사고 피해 책임은 누가 그렇다면 이번 정전사고는 왜 일어난 것일까. 오 단장은 "1차 사고와 두개의 계전기 오작동은 각각의 경우 일어날 수 있지만, 세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날 확률은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정부의 이번 합동조사가 누군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누가 잘못했지는 말할 수 없고, 다만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고의적으로 일어난 정전사고가 아닌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 단장은 "지난 2003년 미국의 동북부 지역의 대규모 정전으로 60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피해 책임 부분은 법적으로 가릴 문제이지 기술적으로 판명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계전기와 같은 핵심 전력설비를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이런 사고를 낳은 것이란 푸념섞인 해석도 나온다.
김재철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국내에서는 계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실정에 맞게 해외 제품을 더 조정해서 사용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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