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금 검찰은 과부하에 걸려 있다. 그동안 검찰인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 모든 일을 감당해 왔지만,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좀 회의적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으며, 때론 과감히 내려놓는 지혜와 용기도 필요하다.”
| 임관혁 서울고검장.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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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혁(58·사법연수원 26기) 서울고검장이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임 고검장은 27년6개월의 검찰 생활을 마무리하며 현 검찰의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임 고검장은 현재 검찰의 상황에 대해 “다양한 영역에서 크고 작은 인지수사를 많이 벌이고 있고,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의 처리와 사법 통제 업무도 쌓여 있으며, 공판 부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수사와 공판 모두 전보다 많이 지연되고 있어 사건 당사자들이 힘들어하고 있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도 더 곤란해졌다”고 지적했다.
임 고검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지수사는 검찰에 보다 적합한 부패와 금융 등 필요 최소한의 영역으로 줄이고, 대신에 일반 형사사건 처리, 보완수사 및 사법통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러면 신속한 사건 처리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혜와 경륜을 겸비한 신임 검찰총장님과 합심해 여러 난관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임 고검장은 검찰 생활을 돌아보며 “이 길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과 보람이 있었고, 인연과 추억이 있었기에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태주 시인의 ‘안부’ 시를 인용하며 사직인사를 마쳤다.
임관혁 고검장은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서울중앙지검 특수 1·2부장,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장, 서울동부지검장, 대전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3일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밝혔으며, 오는 11일 퇴임식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