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오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을 맞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법이 산업현장에서 최고경영자(CEO)에 강력한 처벌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법 시행 이후에도 재해사망이 줄지 않고 있어 재해예방이라는 제정 취지에 맞게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법 시행 후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 등을 분석한 ‘중대산업재해 단계별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회원 기업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법을 준수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보고서에는 △중대산업재해 현황 및 수사동향 △중대재해 예방 및 법준수 단계에서의 대응 △중대재해 발생시 대응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 △입법적 개선에 대한 제언 등을 담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예방을 통한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를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CEO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한 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법 시행 후 1년이 경과했음에도 법의 모호성으로 인해 막막하다는 기업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어 법무법인의 자문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211건 중 현재 163건이 수사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31건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기관들은 기업에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있더라도 대표이사를 의무이행주체로 보고 적극 수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봤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을 결국 대표이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기업 측에서 CSO를 내세울 경우 대표이사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으니 CSO가 실질적 권한 행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종사자가 위험성을 고지한 경우 이를 검토해 개선하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도 법 위반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종사자 의견청취 서류를 제출해야 해 관련 증빙자료도 작성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보고서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고 안전보건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①안전보건전담 조직·예산배정 ②전담조직 구성원 권한부여·업무 평가 ③위험성평가 실시 ④종사자 의견청취·조치 이행 ⑤협력업체 평가기준 마련 등 중대재해 예방과 법 준수 5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다. 특히,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절차를 마련하고 점검 및 조치를 취하는 위험성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수사과정에서 위험성평가 여부와 평가항목을 중심으로 범죄성립 여부가 논해지는 것이 수사 경향이므로, 철저한 위험성평가 실시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재해 사망이 줄지 않고 있어 재해예방이라는 제정취지에 맞게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책임주체와 관련 안전보건 관리에 실질적인 CSO를 선임한 경우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보건확보의무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전문기관, 종사자 의견청취 등을 통해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했다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일호 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어 예방목적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법준수 능력이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내년부터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만큼 올해 내로 입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의는 회원 업체를 대상으로 이번 보고서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오는 17일에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