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화투자증권 열린주주총회’는 직원들이 직접 만든 동영상으로 시작했다. 이전과 달라진 주총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에 개인 주주들이 몰려 총회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형식만 달랐을 뿐 여느 주주총회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회사측 임원과 주주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반박하고 되받는 토론회 수준은 아니었다. 주주가 질문하면 회사 임원이 대답하는 기존 주주총회 질의 응답시간과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주들의 관심은 오로지 주가였다. 이날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조정선 씨는 “사장님만큼 주식을 들고 있는데 매수 단가가 3만원이라 피해가 크다”며 “액면가 이하에서 몇 년간 움직이고 있는 주가를 앞으로 어떻게 올릴 건지 궁금하다”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질문했다.
현재 한화투자증권(003530) 주가는 작년 8월 4800원대를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들어 저금리와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주주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자사주 20만57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박재황 한화투자증권 경영지원 본부장은 “실적이 좋지 않았고, 인수합병(M&A) 등의 이슈도 없었기 때문에 주가가 부진한 건 당연하다”면서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으니 액면가 이상으로 주가가 올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주가가 폭등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면서 “고객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고 실적이 개선되면 주가도 따라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 사장은 “1억원 주문 내는 주주나 200만원 주문 내는 주주나 증권사 직원들이 들이는 공은 비슷하다”면서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정률 수수료체계는 회사에 손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이 소액주주나 단타고객을 위해 시간을 쏟으면 그만큼 더 깊은 상담을 원하는 돈이 많은 고객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라며 “지점에선 많은 자금을 투자하려는 고객을 상담하고 그 외는 온라인이나 콜센터를 이용해 상담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모든 고객을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주 사장의 경영혁신으로 한화투자증권의 인력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주주도 있었다. 이에 주 사장은 “500명은 떠났지만 변화된 시스템이 옳다고 생각하는 1100명의 직원이 남아 있다”며 “이들과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중간엔 “메리츠종금증권 주식은 사서 수익도 많이 보고 배당금으로 증여세까지 낼 수 있었는데 한화투자증권은 손해가 상당하고 배당도 안 한다니까”라는 볼멘 소리가 기습적으로 튀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불만을 토로한 주주들이 대부분이었던 가운데 주주부터 회사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 주주도 있어 눈에 띄었다.
광주에서 올라온 배권창 씨는 “여기 모인 주주들 중에서 한화투자증권 통해서 거래하는 주주 있나?”며 주주들을 향해 질문했다. 한 명의 주주만이 손을 든 가운데 한쪽에서는 “기분 나쁘게 그런 것을 왜 묻냐”는 날 선 목소리도 들렸다.
배 씨는 바로 “임원들을 질책하기 앞서 우리도 주주로서 한화투자증권을 주거래 증권사로 이용해야 한다”면서 “현재 대신증권을 이용하는데 조만간 증권계좌를 옮기겠다”고 말해 다소 경직됐던 주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주진형 사장은 열린 주주총회를 마무리하면서 “내년에는 금요일 오전 9시가 아닌 주주분들이 편한 시간에 주주총회를 열겠다”며 “토론회 시스템도 보완하겠다”는 말로 주총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