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式 '박리다매' 전략, 약인가 독인가

테슬라, 고가 모델S·X까지 가격 1만달러 인하
전기차 가격 경쟁 주도…"수익성 악재" 우려도
테슬라 주가 또 2.84% 급락…"약보다는 독"
  • 등록 2023-08-16 오후 2:38:45

    수정 2023-08-16 오후 7:42:0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정남 기자] 테슬라가 전기차 ‘박리다매’ 전략을 가속화했다. 고가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까지 1만달러(약 1300만원) 내리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잇단 가격 인하 탓에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시장은 이를 달갑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제공)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새롭게 출시한 모델S의 ‘스탠더드 레인지’(Model S Standard Range) 버전 가격을 7만8490달러(약 1억480만원)에 책정했다. 기존 모델S 가격은 8만8490달러부터 시작했다는 점에서, 1만달러 인하한 것이다. 모델X의 스탠더드 레인지 버전 가격은 8만8490달러로 내놓았다. 기존 제품의 시작 가격은 9만8490달러였다.

그만큼 성능은 떨어졌다. 모델S의 주행거리는 최대 405마일(약 652㎞)인데, 스탠더드 레인지 버전은 최대 320마일에 불과하다. 모델X 역시 348마일에서 269마일로 줄었다. 테슬라 측은 로이터통신에 “준고급형 모델에도 똑같은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했지만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행거리와 성능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전기차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추며 가격 경쟁을 주도해 왔다.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도에 생산공장을 짓고 저가인 모델3의 가격을 2만4000달러(약 3200만원)로 떨어뜨리겠다는 의향까지 내비쳤다. 그 과정에서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49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7% 급증했으나 영업이익률은 9.6%로 지난해 동기(14.6%)보다 큰 폭 떨어지는 출혈을 경험했다. 다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이익률을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이번에 가격을 내린 모델S와 모델X는 고가 차종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전체 차량 판매에서 모델S와 모델X가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작은 편”이라면서도 “그동안 두 모델은 높은 가격으로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침은 일견 보급형 모델3, 모델Y와 고급형 모델S, 모델X 사이에 있는 중간층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고가 차종까지 모두 박리다매 전략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은 이번 인하가 약보다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데 기울고 있다. 가뜩이나 커진 수익성 우려를 더 키울 수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차량 평균 판매가가 떨어지고 (이익률이 높은) 고급형 모델 판매가 감소해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84% 내린 232.96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한달새 20% 가까이 급락했는데, 또 내린 것이다. 다른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과 루시드 주가는 각각 3.62%, 5.32%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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