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시대…외교부 "통상기능 돌려받아야"

2013년 朴정부 당시 통상기능 산자부로 이전
"대외환경·한미동맹 변화 등 고려해야"
  • 등록 2022-03-17 오후 12:41:12

    수정 2022-03-17 오후 8:31:31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부 내에서 통상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무역과 통상이 시장의 논리로만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국제질서 재편 과정서 외교·안보의 무기가 되는 상황이다. 이만큼 외교·안보정책의 틀에서 통상·교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상기능, 산업부 이전은 황당한 결정”

외교부는 17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경제안보시대의 한국 외교 인프라 강화’ 포럼을 열었다.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과정에서 통상기능이 외교부(당시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로 넘어갔던 기억을 회자하며 “황당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안 총장은 당시 외교통상부 1차관을 지냈다.

안 총장은 당시 외통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FTA,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등 혁혁한 성과를 거뒀음에 통상 기능을 뺏겼다고 강조했다. 또 안 총장은 정부조직법상 경제외교가 외교부의 업무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는데도 통상기능이 떨어지면서 통상·교섭·국제법 등에 전문성을 가진 외교인력과 150여개(현재 167개) 재외공관 네트워크가 낭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이처럼 통상기능 복원에 조직적 역량을 기울이는 것은 조직적 관점에서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의 변화와도 연관이 깊다. 미중 전략경쟁, 코로나19, 환경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이에 따른 나비효과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이상 통상·교섭의 영역에서 다른 나라와의 관계, 국제질서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임상우 북미국장은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통상기능 복원을 강조했다. 임 국장은 “한미 동맹은 과거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 이제는 경제안보동맹으로 진화했다”며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서 공급망, 기술, 디지털 경제는 이런 것들은 단순히 통상 이슈가 아닌 경제적 규범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통상기능이 산업부에 남겨져 있는 현 상황이 주요국들의 대응과 비교해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 국장은 “캐나다의 경우, 개발·외교·통상 부문에 장관이 3명이 있고 이 중 선임장관은 외교장관이며 수출통제와 관련된 부분은 외교부가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기조발제한 김진동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 역시 미국·일본·EU·중국 등 주요국들의 외교정책에서 보호주의적인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경제 분야가 외교·안보의 영역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통상은 외교부로 옮겨야”

통상 업무는 정권 교체기마다 산업부와 외교부에 번갈아 흡수되면서 치열한 ‘줄다리기’ 대상이 돼 왔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기능이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넘어가면서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초대 본부장은 후일 국무총리와 주미대사 등을 지낸 한덕수 본부장이 맡았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을 계기로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다시 넘어갔다. 현 문재인정부 역시 초기에 외교부로의 재이관 계획이 거론됐으나 막판 백지화됐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는 통상업무를 외교부로 복원한다는 내용은 없다. 윤 당선인은 경제안보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이 상황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둬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당선인과 막판 단일화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산업부는 산업·에너지 쪽만 맡고 통상은 분리해 외교부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현주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요소수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 외교부가 만약 통상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응에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었는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두 기능이 한 부처에 있을 때 이 두 기능이 충돌하느냐, 시너지효과를 내느냐”라며 통상·산업·자원을 한 부처가 통괄하는 현행 구조는 시너지효과보다는 가치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산업과 통상 기능이 합쳐져 있으면 통상기능이 국내 산업 보호에 집중되고, 자원이 산업과 공존하면 전기요금 등 에너지 정책이 산업의 이해관계를 위한 종속변수로 격하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산업을 통상과 자원에서 분리해 중소벤처기업부로 통합하는 외교부-통상자원부-산업부 안(案)과 외교와 통상을 결합하는 외교통상부-산업자원부-중기부 안을 각각 1, 2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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