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항소심 첫 공판 이후 많은 일이 있었는데, 자금 유출은 물론 펀드 조성까지 관여하지 않았다던 최 회장이 펀드 자금 조성에는 관여했다고 진술을 바꿨고, “두 형제는유출을 몰랐다”는 내용의 김원홍 씨와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 간 전화통화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핵심 인물로 김원홍 씨가 주목받았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한 지 얼마 안 돼 김씨가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잡히더니, 재판부는 검찰에 범행 동기 부분을 바꾼 공소장 변경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최 회장 개인의 투자금 마련을 위해 펀드 자금을 횡령했다는 것’에서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범행을 공모했고, 이를 최 회장이 수락한 것’으로 바꾸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다름 아닌 문용선 부장판사다. 그는 29일 열린 공판에서 항소심 재판에서 논란이 컸던 부분들을 작심한 듯 해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너구리면 너구리, 오리면 오리인데 그도 저도 아닌 그림을 뭉뚱그려 그려놓고 진돗개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면서 “오랫동안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인을 신문한 것은 교과서적으로 정의로운 재판이 되기 위한 공판중심주의때문”이라 말했다. 항소심 공판 중 변호인과 검찰을 면박 주고, 공판 중 자주 소회를 밝히면서 본인이 맡은 다른 뇌물 사건에서의 양형을 언급해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데서 한층 부드러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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