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의 `연대투쟁`..현대차 노사 골 깊어지나

94년 현총련 해체 후 연대투쟁 첫 결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만연했다는 방증
각 사업장별로 현안 달라..한계 있어
  • 등록 2009-05-26 오후 6:55:33

    수정 2009-05-27 오전 7:24:42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의 연대투쟁 선언은 여러가지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사측의 구조조정을 사전에 강력하게 차단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연대투쟁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선언적 의미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연대투쟁의 강도가 낮더라도 일정부분 현실화 된다면 노사갈등고조와 이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 등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그룹 내 계열사 노조가 연대투쟁을 결의하기는 지난 94년 현총련(현대그룹 내 노조 연합)이 해체된 이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산하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 노조 뿐만 아니라 위스코·현대오토넷, 아이아 등 한국노총 산하 노조 대표도 참석했다.

◇ 노조,`연대투쟁`카드 불쑥 꺼내..왜?

현대기아차그룹 내 노조는 지난 94년 현총련이 해체될 때까지 그룹 노조 차원에서 활동해 응집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현총련이 해체되고 그룹 내 노조는 산별노조 형식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현대기아차그룹 내 15개 노조는 지난 2006년부터 매월 `현대기아차 그룹 정책단 회의`를 통해 재무제표와 경영사항 등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 현안을 논의해 오던 차원 정도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구조조정 조짐이 일자, 노조에서 강력한 배수진(背水陣)을 치겠다는 뜻을 이번 연대투쟁 선언을 통해 대외에 천명하게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등 위급한 분위기 속에서 노조가 연대해 투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아차 조지아 공장 완공, 현대차 체코 공장 증설 등으로 국내 공장의 물량이 해외 공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방어`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올 연말 완공 예정으로, 쏘렌토R과 준중형인 포르테 등의 생산라인이 깔릴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해서 국내 공장의 물량이 감소하게 되면 이는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방어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 연대투쟁, 힘 받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각 사업장 별로 현안과 쟁점이 달라 계열사 노조가 연대 투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 사항이나 각 사업장의 쟁점이 다른 상황에서 공동투쟁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며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등이 전혀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실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좋지않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등 분위기가 흉흉한 마당에 노조의 연대투쟁이 나오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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