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글로벌 M&A…브렉시트에 더 발목

유럽연합 연쇄 이탈 일어날까 불확실성 고조
기업들 M&A 중단하고 위기관리에 집중
  • 등록 2016-06-30 오전 11:24:41

    수정 2016-06-30 오전 11:24:4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가뜩이나 위축됐던 전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더 발목 잡혔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들은 M&A에 나서기 보다는 위기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M&A 규모는 전년대비 23% 감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톰슨 로이터 자료를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렉시트 우려에 영국 M&A 규모는 70% 이상 급감했고 유럽과 미국 내 M&A도 각각 18%, 27% 감소했다. 그나마 중국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작년 한 해 실적을 이미 넘어섰지만, 다른 지역에서의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리 포스터낵 바클레이즈 글로벌 M&A 헤드는 “M&A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부담스러워하는 요인이 많다”며 “규제환경, 금리 리스크, 미국 대선에 최근에는 브렉시트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이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를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면서 화이자의 앨러간 인수가 무산되는 등 올해 규제 걸림돌로 총 5250억달러 규모의 M&A가 불발됐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나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M&A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들어서는 브렉시트가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설마 했던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유럽연합(EU) 내 다른 회원국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 M&A를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당장 도이체뵈르제의 런던증권거래소(LSE) 인수도 불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거래소가 합병한 후 런던에 본사를 두는 것에 대해 독일 감독당국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브렉시트는 유사한 ‘고립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지지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M&A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그동안 M&A를 추진했던 기업 고객들이 잇달아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파운드화가 달러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에 대해 급락세를 보이면서 당장 외환 리스크 관리부터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을 인수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화 급락으로 영국 기업들의 몸값은 더 낮아졌다.

런던의 한 M&A 전문가는 “확실히 파운드화 하락이 영국 내에서 매수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영국 기업을 인수하려면 전체 거시경제 환경까지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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