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다음 사업조정은 어디?

삼성 사업조정 재개 신호탄…건설사업 일원화 유력
삼성SDI, 삼성물산·엔지니어링 최대주주 등극…이재용 부회장 영향력↑
  • 등록 2014-03-31 오후 1:54:28

    수정 2014-03-31 오후 4:00:28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삼성SDI(006400)제일모직(001300)이 31일 합병을 결정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향후 계열사 사업조정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양사의 합병으로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던 그룹 계열사 사업조정이 재개됐다.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양도키로 한 이후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에 매각했다.

특히 삼성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에스원(012750)에 양도하고 급식사업을 물적분할해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하는 등 지난해 4분기에만 4~5건의 사업조정을 단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배구조 단순화, 업무 효율성 강화 등을 위해 삼성그룹의 사업조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건설사업 통합 유력

삼성 안팎에서 내다보는 유력한 사업조정 대상은 건설분야다.

삼성그룹 내 건설사업은 현재 삼성물산(000830)(건설 부문),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삼성중공업(010140) E&I 사업부, 삼성에버랜드 건설사업부(구 E&A사업부) 등 네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셰르빌’이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지었지만, 현재는 셰르빌이라는 브랜드의 아파트 신축은 중단한 상황이다. 기존에 지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토목 등의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규모가 축소되면서 그룹 내 건설관련 사업의 통합 필요성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사업을 강화하면서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 건축 사업을 하고 있다. 또 가스와 발전 플랜트 등 토목 사업 강화를 위해서는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등 사업조정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건설사업의 통합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삼성물산이 지난해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을 시작하면서 이같은 전망은 설득력을 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물산이 삼성SDI가 보유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전량(203만6966주)를 인수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도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언제 어떤 방식이 될 것이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 건설사업 지배력도 강화

양사의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건설사업 지배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 이부진(44) 호텔신라(008770)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 이서현(41) 제일기획(030000)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것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다만 이날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으로 삼성SDI가 건설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된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7.18%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제일모직이 13.10%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할 경우 제일모직의 보유자산이 삼성SDI로 귀속되기 때문에 결국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향후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의 지분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계열 외에도 건설사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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