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은 이미 외환은행 지분 51.02%를 갖고 있는 론스타와 `논바인딩(구속력 없는)` MOU(양해각서)를 맺고 외환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06년에도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 바 있어 이번 실사는 4년 전과 비교해 보유 자산 등의 변화나 악화 정도 등을 파악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금융 민영화 또는 인수 어렵다 판단?
하나금융은 `은행업계 자산규모 4위`라는 애매한 위치에 머물러 있어 덩치를 반드시 키워야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금융이 그동안 우리금융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까닭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이후 4년간 자산성장 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어찌보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렇다고 하나금융이 마냥 우리금융 인수에만 목을 매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적인 여건상 우리금융 매각이 현실화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당초 일정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지방은행 분리 매각 여부 등에 따라 속도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변수들까지 얽혀 있어 매각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하나금융만 봐도 김승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인 연유로 `특혜설`이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나금융은 자칫 은행권의 마지막 매물인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모두 놓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러한 위기감이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돌린 배경으로 꼽힌다. 외환은행은 지주회사 형태가 아닌 은행이어서 인수하기가 우리금융보다 수월하고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도 덜 하다.
특히 최근 하나금융의 대주주인 테마섹이 하나금융 지분을 몽땅 팔고 나간 이후 하나금융으로선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하나금융측은 부인했지만 테마섹이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반대해 지분을 팔았다는 게 금융권의 정설이다. 테마섹 이후 최대주주로 올라선 골드만삭스 역시 하나금융 지분을 팔 것이라는 소문까지 도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 추진을 강행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쟁 금융회사 한 관계자도 "외국계 투자자들은 정부 소유 은행인 우리금융에 대해 생각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자칫 하나금융이 이런 대주주들의 생각에 반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다가 이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하나금융으로선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유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바짝 다가온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연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가격, 외환은행 노조 반발, 먹튀논란 뛰어넘어야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에도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있다.
우리금융보다 싸다곤 하지만 현재 외환은행 주가 1만2600원을 기준으로 51.02%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프리미엄을 빼더라도 약4조1459억원이 필요하다. 프리미엄을 덧붙이면 5조원은 거뜬히 넘는다.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으로선 여전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또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 보도가 나온 직후 성명서를 통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는 "능력이 더 못한 은행이 더 나은 은행을 흡수하면 외환은행의 해외영업망과 기업금융시스템마저 부실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 및 불안감을 잠재워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 국내 금융회사가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여론 역시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이같은 질문에 "론스타의 지분을 밖(외국계 투자자)에서 가져가면 괜찮고, 국내서 사면 안된다는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은 외환거래(FX거래)의 마켓쉐어를 40%를 확보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기관에 (외환은행을)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해 먹튀논란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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