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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실업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효과 분석’이라는 BOK경제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소비는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비교적 크게 둔화된 후 이전 증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부터 1998년까지는 연평균 소비가 20% 가량 증가했으나 그 이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는 5%로 둔화됐다가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4%로 둔화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소비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외환위기 이후 충격이 뇌리에 박히면서 소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최 연구위원은 “과거 개인 및 거시 실업경험이 장기 부 축적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실업경험은 대체로 장기 부 축적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실업을 경험하게 되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이러한 점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총소득, 총자산이 적은 가구에서 실업경험에 따른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총자산이 최상위인 가구에선 실업경험이 증가해도 소비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축적한 자산이 많은데다 빚을 내는데도 제약이 크지 않아 소비를 줄일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총자산이 적은 가구에선 반대다.
최 연구위원은 “먹고 입는 등 기초재는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유지되고 여행, 외식, 여가 등 선택재 소비도 위축되는 등 비내구재가 꺾이면서 회복되지 못했다”면서도 “교육재는 증가세가 유지됐다. 학령인구가 줄었어도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는 주로 단기적인 시각에서 경제위기 이후 소비부진의 원인을 분석해왔는데 이번에는 외환위기 이후 실업경험이 장기적인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