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역대 최대' 1조 과징금 맞은 이유.."죄질 심각"

"부품사에 특허이용권 안 줘 시장경쟁 제한"
"매우 중대한 위법 수준, 동의의결 기각"
"관련매출 38조에 2.7% 부과해 1조 과징금"
  • 등록 2016-12-28 오후 12:00:00

    수정 2016-12-28 오후 12:54:18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법 집행 기구로 시장경쟁을 활성화하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이 원칙에 따라 퀄컴의 행위가 시장경쟁을 저해했다고 보고 이 같은 제재를 내렸다.”

유영욱 지식산업감시과장은 공정위가 퀄컴에 역대 최대치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미국 거대 통신칩 제조업체로 특허권 수수료 등 연간 5조원 이상의 한국 매출을 올리는 퀄컴이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죄질이 심각했다는 게 제재(공정거래법 위반)를 내린 핵심 이유다.

이통통신 시장은 특허 라이선스 시장, 부품시장(모뎀칩셋), 휴대폰 시장, 서비스시장으로 구성된다. 퀄컴은 이 시장의 상부단계인 라이선스·모뎀칩셋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표준특허’로 갖고 있다. CDMA가 적용된 한국에선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이 표준특허를 사용하는 수수료를 퀄컴에 내고 있다. 퀄컴은 표준특허 보유자가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특허 이용권을 제공하겠다는 국제 준칙인 프랜드(FRAND) 확약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퀄컴이 경쟁사(모뎀칩셋사)에는 표준특허 이용권을 주지 않는 등의 불공정한 방식으로 시장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모뎀칩셉 시장,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시장, 휴대폰사 R&D(연구개발)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업계 관행이라는 퀄컴 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LG 등 국내업체 이외에도 애플·인텔·엔비디아(미국), 미디어텍(대만), 화웨이(중국) 등 해외 업체들도 심의에 참여해 이 같은 퀄컴의 사업모델로 인한 피해, 경쟁제한 문제를 상세히 소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실제로 2008년 대비 전체 모뎀칩셋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했으나 퀄컴의 라이선스 거절 등으로 신규 진입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동통신 표준특허 라이선스 시장의 경우 휴대폰사들은 퀄컴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는 부당한 특허계약을 체결했다. 휴대폰사들은 표준특허를 틀어쥔 퀄컴에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줄 수밖에 없어 R&D(연구개발) 투자 요인도 감소했다.

이 같은 위법 행위로 퀄컴이 오랫동안 상당한 매출을 얻었기 때문에 과징금도 높아졌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 남용 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3%까지 부과할 수 있다. 위법성을 인정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과징금도 늘어났다. 신영선 사무처장은 “과징금을 산정한 기간이 2009년 12월부터 7년간으로 관련 매출액이 38조원”이라며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보고 관련 매출액의 2.7%를 제재로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퀄컴이 요청한 동의의결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보상 대책을 밝히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과징금 부과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유영욱 과장은 “퀄컴의 위법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반’ 수준”이라며 “사안의 중대성, 동의의결을 통한 시장경쟁 제한 효과를 검토한 결과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에서도 지난해 2월 퀄컴에 벌금 약 1조원을 부과했고 미국, 대만, EU에서도 퀄컴의 특허권 남용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 모뎀칩셋 양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다. (출처=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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