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양유업 사태' 본협상은 이제 시작

  • 등록 2013-06-24 오후 3:59:27

    수정 2013-06-24 오후 4:05:26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남양유업 사태가 점점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회사와 대리점 간의 ‘갑을’ 관계로 시작된 문제는 이제 피해보상금 얘기가 나오면서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

남양유업과 대리점 양측은 지금까지 잘못된 영업 관행을 바꾸는 시스템 개선을 논의해 왔다. 밀어내기 방지책과 회사와 대리점의 대화 창구인 고충처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선 양측의 입장이 사실상 좁혀졌다.

피해 대리점측은 우선 밀어내기 방지를 위해 회사가 영업 목표를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측은 목표 설정 시 대리점과 협의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양측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합의에 이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고충처리위원회는 인원 구성에서 다소 의견차를 보인다. 회사측은 사측 7명, 대리점 7명으로, 대리점 측은 회사 3명, 대리점 3명,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본사 측은 대리점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 역시 합의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논의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영업관행 문제는 양측이 서로 한발 물러서겠다는 자세라 충분한 조율이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보상은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조금이라도 더 받겠다는 대리점과 한 푼이라도 적게 주려는 회사측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측은 물론 그동안 피해보상은 제도 개선이 선결돼야 논의할 수 있는 후순위 문제라고 했던 피해 대리점 측에서도 얼마전 대략적인 숫자를 내놨다.서로 어느 정도의 피해보상을 생각하고 있는지 살짝 보여준 셈이다.

사실 피해보상만큼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없다. 피해 대리점은 지금까지 피해를 본 것을 보상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회사측은 보상을 해 주되 보상금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돼야 남양유업 사태가 끝난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마치 돈이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면 속물 같고, 정당성이 없어 보일 것 같은 생각에 속내를 감출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면 이럴수록 합의는 어려워지고 시간만 걸릴 뿐이다. 명분은 이미 충분히 쌓였다. 실리를 찾아도 되는 때다. 이제 서로 가슴을 열고 말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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