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000720)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감정싸움에 끌려다닌 끝에 법정에 서게 됐다. 10일 현대그룹과 현대차는 나란히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현대건설 인수전은 삼자가 풀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나, 인수전 칼자루를 검찰과 법원이 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그룹-현대차, 나란히 제소..채권단 "당혹"
|
현대차(005380)는 이날 대검찰청에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 권가원 부장, 남궁진권 팀장 등 3명을 상대로 현대건설 입찰방해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 및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도 현대그룹 컨소시엄의 배타적 우선협상권자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를 상대로 양해각서(MOU) 해지 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과 현대차의 감정의 골은 이미 맞소송으로 깊어진 상태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거없는 의혹 제기를 이유로 현대차 컨소시엄과 임원 2명을 상대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의제기 금지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 및 신용 훼손행위 금지 ▲주식매매계약 체결 방해행위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현대차도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과 현대증권(003450)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만..현대건설 매각 `표류`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를 대표하는 외환은행은 이날 "주채권은행으로서 공정하게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소, 고발 배경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협상자와 예비협상자가 채권단을 소송으로 압박하면서, 채권단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채권단은 재계 2위 현대차의 의혹 제기에 끌려다니면서도 현대그룹의 소송이 두려워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지 못했다.
세간에서 채권단이 그 어느 쪽 손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유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채권단은 말 그대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지경이었다.
삼자가 풀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난 것.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며 "금융 당국이 개입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어서 법원에서 결정하는 데로 따라갈 수밖에 없어 현대건설 매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현대건설이 현대가에서 차지하는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원매자와 채권단간에 이런 식의 이전투구와 비방.소송전이 전개되고, 인수자금의 출처를 다 드러내야 한다는 식의 압박이 가해진다면 국내 기업 M&A 시장은 심각하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현대그룹, 현대차 이어 채권단에도 소송(상보)
☞현대그룹 "건설 MOU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
☞[마켓in]쉰들러, 현대엘리 정기주총 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