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갈등이 `소송 불씨` 남겼다

정책공사, MOU에 증빙자료 종류·제출시한 요구..현대그룹 반발로 무산
MOU 규정 `합리적 범위` 법률해석 모호..현대측 대응에 따라 소송 가능성
  • 등록 2010-11-30 오후 2:42:08

    수정 2010-11-30 오후 2:42:08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현대건설(000720)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이 지난 29일 현대그룹과 단독으로 현대건설 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당시 채권단은 어떤 조건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일까. 또 이러한 입장차이가 향후 현대건설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30일 현대건설 채권단과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주협의회 소속 3개 기관중 외환은행을 제외한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이 MOU 체결을 둘러싸고 현대그룹측에 요구한 것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증빙자료 제출 시한과 증빙자료 제출 목록이었다.

정책공사는 이같은 내용까지 MOU 규정에 포함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 했지만 현대그룹이 강하게 반발하자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이 이런 조항을 빼고 MOU를 단독으로 체결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MOU 체결시한(29일)을 넘길 경우 (주관기관으로서) 소송을 당할 수 있고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검토 의견 때문에 단독으로 MOU를 체결했다"며 "하지만 현대그룹과 협상을 통해 채권단 입장을 더 반영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채권단 갈등이 빚어낸 이러한 결과는 향후 MOU 규정에 대한 법률 해석을 놓고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

MOU에 실제 추가된 조항은 프랑스 나티시스 1조2000억원 대출금에 현대건설이나 현대그룹 계열사의 담보 및 보증이 없다는 현대그룹측 진술보장을 확인하기 위해 `현대그룹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채권단의 자료증빙 요청에 성실히 응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범위`라는 단어의 해석을 두고 채권단 관계자 조차도 "애매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한다. 현대그룹이 MOU 체결 전 증빙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합리적`이라는 세글자의 법률적 해석에 대해 채권단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입찰의향서 제출 당시 매각주관사에 제출한 확약서에는 "우선협상자 지정의 적격성 여부 등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요청하는 모든 서류, 자료 및 설명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대그룹측은 대출계약서와 같은 증빙자료가 `합리적인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2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MOU 규정에 따라 채권단이 5일(영업일 기준) 이내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며 "불응하거나 미흡할 경우 5일간 시간을 더 줄 수 있지만 그래도 응하지 않을 경우 MOU 해지 등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현대그룹을 향해 경고했다.

정책공사가 요구한 증빙자료 제출 목록은 1조2000억원 예금잔고와 관련한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보증·담보 계약서 등) 등이다.

정책공사는 기자회견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MOU에 5영업일이라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현대그룹이 이런 방식의 채권단 요구에 불응할 경우 MOU를 해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의 명예훼손 소송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물밑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했던 현대차그룹도 거들었다.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입찰이 정상궤도를 찾지 못할 경우 채권단, 주간사 등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공식 반발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합리적 범위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증빙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성실히 응하겠다"면서도 자료 제출 시한과 증빙자료 종류는 MOU 규정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없다고 반박했다.
 
MOU 체결 당일부터 MOU 규정의 법률적 해석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현대그룹간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어 이같은 이견이 첨예해질 경우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또 MOU 체결 후 현대그룹이 매매대금의 5%인 2755억원의 이행보증금을 곧바로 매각주관사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법적 소송에 뒤따르는 소송금액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M&A 전문가들은 "향후 민형사 소송이 발생할 경우 MOU 위반 귀책사유에 따라 이행보증금 소유주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일례로 대우조선 매각이 무산됐을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그룹은 MOU 규정에 `실사여부에 관계없이 계약을 체결한다`는 명백한 명백한 조항이 있었지만 채권단을 상대로 인수 이행보증금(3150억원)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현대그룹이 채권단 요구에 따라 증빙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하고, 증빙자료를 통해 각종 의혹들이 근거없는 루머로 밝혀질 경우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경영권을 품에 안게 된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이런 요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본계약(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본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주주협의회 매각대상 주식을 기준으로 한 의결권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외환은행(24.99%), 정책공사(22.48%), 우리은행(21.37%) 등 운영위 소속 3개기관 의결권이 모두 20%를 넘고 있어 이들 중 한곳이라도 반대하면 본계약은 체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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