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21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꺼낸 첫 화두는 ‘소통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대화’였다. 현재 국가적 현안과제로 떠오른 통상임금, 하도급법, 골목상권 보호,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입법보다는 가급적 대화로써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입법과 규제로 가기 전 단계에 소통과 논의를 통해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대한상의가 그 통로가 되고자 한다”며 향후 대한상의의 역할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박 회장은 “규제는 필요하기 때문에 탄생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규제를 만들기 전에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구성원들간에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규제에 대한 공감대가 없이 입법을 하게 되면 구성원들 간에 오해가 생기고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이를 위해 “과거 압축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용인되던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하며, 법과 원칙 안에서, 그리고 사회의 신뢰라는 테두리 안에서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며 “기업은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솔선수범하고, 사회는 그런 기업의 노력에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취임전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들을 만나 현장의 의견을 들은 박 회장은 “상의 회원사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은 통상임금 법안”이라며 “ 특히 중소기업들은 기업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50대 젊은 회장이 대한상의를 맡으면서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기대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내년이면 130년이 되는 역사를 가진 조직인데 급격하게 변화를 시도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IT를 통한 상의의 선진화와 정부와의 소통방식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박용만 회장은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지난 1982년 동산토건(現 두산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OB맥주 등 여러 계열사를 거쳤으며,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두산 회장에 이어 현재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부친 고 박두병 회장, 친형인 박용성 전 회장에 이어 가족 중에서 3번째로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