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단장 "국회 구조 몰라 티맵으로 파악, 지시 거부 판단 겨를 없었다"

김현태 단장 회견, "모두 내 잘못, 처벌 달게 받겠다"
"김용현이 특전사령관에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사령관 국회의원 150명 이상 모이면 안된다 말해"
"부대원들 잘못없어, 김용현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 등록 2024-12-09 오전 11:45:39

    수정 2024-12-09 오전 11:45:3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육군대령)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특수전사령관 지시로 부대원들과 국회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707특임단은 국가급 대테러 특수부대인데, 갑작스런 지시로 작전 지역인 국회 구조를 몰라 ‘티맵’(내비게이션 서비스)을 켜서 확인했다고 한다. 김 단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진입 계엄군 중 197명의 707특임 부대원을 지휘한 인물이다.

김 단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관련 사실을 말하려 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언론 앞에 섰다고 설명했다. 707특임단 부대원은 신상 정보 자체가 비밀이지만 김 단장은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상급부대의 허락을 득하지 않고 오전 8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했는데, 원칙상 근무지 이탈 상태였다.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단장은 우선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으로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707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 당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어떠한 법적인 책임이 따르더라도 모두 제가 책임지겠다”며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의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 무지, 지시 거부 판단 겨를 없었다”

김 단장에 따르면 곽종근 당시 특전사령관이 최근들어 서울 지역에 동시다발 테러 또는 불순 세력에 의한 혼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단장은 당연히 북한 관련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12월 3일 비상계엄이 발령되기 이전인 오후에 곽 사령관으로부터 특수작전항공단 헬기 12대가 전개하면 탑승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김 단장은 훈련 상황으로 인식하고 헬기 별 8명씩 96명으로 부대원을 편성해 테이저건·공포탄·방패 등 비살상무기를 휴대해 출동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부대원들에게 비상소집훈련을 하겠다는 예령을 내리고, 오후 7시50분에 실제 훈련을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이 소집 훈련이 오후 9시께 끝난 이후 40여분간 사후강평을 거쳐 실제 헬기를 이용한 전개 훈련을 하려고 했지만, 특전사령관이 헬기를 대기시키라고 해 10시가 좀 넘어 훈련을 종료하고 부대원들에 퇴근을 지시했다.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뉴스를 통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다. 그 직후인 10시 31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와 헬기로 국회의사당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국회 본청과 국회의원회관 건물을 봉쇄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3일 밤 계엄군(707특임단)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자 국회 관계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저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단장은 “국회 의사당으로 출동하라는 지시에 당황했지만, 관련 법도 알지 못했고 출동지시 거부를 판단할 경황은 당시에 없었다”며 “건물을 봉쇄하고 무기사용을 금한다는 사령관 말에 건물 출입문을 잠그고 이동만 차단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작전 지역인 국회 구조도 모르는 터라 티맵으로 국회 본청 건물과 헬기가 착륙한다는 운동장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국회 본청 출입구가 어디에 몇개가 있는지도 모르고, 문만 잠그고 문앞을 지키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며 “후문에 도착했는데, 경비요원들의 거센 저항과 대형 자동 유리문이어서 잠금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정문으로 이동했을 때도 100여명의 기자들과 국회 관계자들이 운집해 있어 정문 출입구 차단 또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단장은 소수인원으로 출입문 봉쇄는 역부족이었고, 몸싸움 거세져 부상자 발생 가능성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 안쪽에서 출입구를 확보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창문이 잠겨 있어서 이를 깨고 진입했는데, 기자와 관계자들이 몰려 자신을 포함한 12명 정도만 진입했다.

“장관이 사령관에 의원 끌어낼 수 있나 말해”

김 단장은 특수전사령관에 대해서는 “저희처럼 그저 빨리 지시사항을 이행해야겠다는 생각만 하신듯 하다”며 “확인결과 수시로 전 국방부 장관의 전화를 받으면 가감없이 지휘통제실에서 전파를 지시하신듯 한데, 현장에 있는 나와 30통 넘는 통화를 하며 현장상황을 고려한 안전한 지시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지휘관인 저도 힘으로 출입문을 확보해보려는 시도 외에는 절대 무기 사용에 대한 고민조차 없었다”며 “사령관은 건물확보 및 진입이 제한된다는 보고에 알겠다고만 했지 무기사용 등 어떠한 무리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마치 예상한 듯한 목소리로, 큰 마찰이 발생하지 않아 안도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단장은 국회의원 체포 관련 지시는 없었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은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우려했던 것 같다”며 “(사령관이) ‘의원이 늘고 있다, 150명 넘으면 안 된다, 진입이 되느냐’고 물으셔서 저는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회 안에서 길을 몰라 헤맬 때 안규백 의원이 맞은편에서 오고 있었는데, 인사를 드릴 순 없었지만 의원이 지나갈 때 몸을 피해서 비켜드렸다”며 “체포 지시가 있었다면 제가 안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150명 지시’에 대해 “사령관이 말했고, 김용현 전 장관이 지시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처음부터 ‘북한’이라는 말은 없었다”며 “빨리 가서 국회를 봉쇄하고 확보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계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계엄 상황에서 국회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잘 몰랐다”며 “저를 제지하는 관계자들에게 ‘계엄사령부 지시를 받고 왔다. 계엄사령부로 항의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몰라서 행동했지만, 모르는 것 또한 제 책임이라 생각하고 부대원들을 내란죄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린 것에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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