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최근 수출단가가 빠르게 내리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침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단가가 오르면서도 물량이 늘어나는 호황 업종은 없었다. 주력 수출품목인 가전과 자동차는 수출단가가 떨어졌는데도 물량은 줄어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1일 발표한 ‘단가 및 물량 추세로 살펴 본 수출경기 방향성 판단’ 보고서를 통해 최근 수출 경기가 침체된 주된 요인으로 수출단가 급락을 꼽았다.
연구원이 계절조정계열 기준 전월비 증가율로 산출한 결과, 지난 3개월 동안 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0.7%였다. 이 가운데 단가 하락 기여도가 -0.8%포인트, 물량 증가 기여도가 0.1%포인트로 집계됐다. 단가 하락 효과가 물량 증가 효과를 압도했다는 얘기다.
‘빨간불’이 들어온 업종은 주력인 가전과 자동차였다. 우리나라 수출 77.1%를 차지하는 13대 품목 가운데 섬유류, 가전, 자동차 등의 품목은 물량과 단가 모두 뒷걸음질쳤다.
이에 비해 철강 선박 석유화학 반도체 석유제품 등은 수출 단가가 내리자 물량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신발 기계 디스플레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은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긴 하지만 단가가 올랐다. 단가가 오르고 물량도 늘어나는 품목은 없었다.
추세상 수출액 축소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전년 동월비 추세 증가율은 감소 폭을 더욱 키우는 상황이라 추세 전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년동월비 증가율에 4개월가량 선행하는 전월비 수출 증가율 추세로 보면 지난해 말부터 감소율이 정체돼 수출 경기가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일부 제시됐다.
이에 ‘수출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주 실장은 “지금 시급한 것은 경쟁력 저하라는 구조적 요인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수요 부족을 극복할 단기적이고도 유연한 대응”이라며 “정부의 수출 진작과 우리 기업의 수출 전략이 유연하게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對)중국 수출이 회복될 수 있도록 고성장지역에 대한 진출을 주력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수출에서 내수로 불황이 전염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 통화·재정정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