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車디자이너 이정우 "한국 디자인 경쟁력 높다"

  • 등록 2012-11-01 오후 2:02:01

    수정 2012-11-01 오후 4:16:00

[이데일리 이진철 김형욱 기자] “현재 도요타 미국의 칼티 디자인 연구소엔 저를 포함해 총 7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일합니다. 전체 직원 80여 명, 디자이너 20여 명의 미국 소재 일본계 회사란 걸 감안하면 한국인 비중이 꽤 높은 편이지요.”

미국 로스엔젤러스 소재 도요타 칼티 안 아버(Calty Ann Arbor) 디자인센터의 한국인 수석 디자이너 이정우(Chung Lee·46) 씨는 1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도요타 벤자 국내 발표회장에서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의 경쟁력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소개된 벤자의 외관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1967년생인 이정우 씨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다 스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1997년 캘리포니아 내 아트 센터 디자인 대학 자동차 디자인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포드와 GM과 도요타에서 16년째 자동차 디자인을 해 오고 있다.

현재는 지난 2005년 입사한 도요타 칼티 디자인센터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다. 도요타의 미국 전략 모델 개발을 위한 칼티 디자인센터는 1973년 첫 설립됐으며 현재 그가 일하는 로스엔젤러스의 안 아버와 디트로이트의 뉴포트 비치(Newport Beach)로 나뉘어 있다.

이정우 씨는 “GM과 포드에도 한국인 디자이너가 많다. 최근 들어 미국 대학에서 한국인 디자이너가 많이 배출되기도 했고, 디자인 분야에 있어 한국인의 섬세한 감각과 민첩함, 근면함, 언어구사 능력 등이 현지에서 인정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벤자는 한국인이 외관만 담당했으나 곧 국내에도 소개될 신차 아발론의 경우 내.외관을 모두 한국인이 디자인했다.

“어떤 차든 보기 좋고 잘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공격적인 디자인을 좋아하며, 한국인, 동양인 강점인 디테일한 부분도 많이 신경 쓴다. 외국인은 큰 그림만 봐서 디테일이 엉망일 때가 많다.”
이정우 미국 도요타 칼티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 그는 1일 본인이 외관을 디자인 한 도요타 벤자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사진= 김정욱 기자
최근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도요타 캠리의 최대 경쟁자는 기아차(000270) K5와 현대차(005380) 쏘나타”라며 “도요타 본사 디자인부문에서 신경 써서 스터디도 하고 벤치마킹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을 이끌며(leading) 미국 내에서 잘 나간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K5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격적(aggressive)인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K5가 그렇다”며 호평했다. 최근 출시한 K9에 대해서도 “좀 무겁지만(heavy)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한국인이어서 한국차를 좋게 보는 것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 딱 잘라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차는 전체적인 선이 굵고 헤드램프나 테일 라이트 같은 디테일에도 굉장히 신경 썼다. 특히 디자인에 대한 투자도 굉장히 많이 해서 미국 쪽 디자이너들이 호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GM에서 7년을 근무하다 더 작은 규모에서 차 디자인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이 곳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이후 시에나와 하이랜더, 이번 벤자와 내년 미국 현지 출시하는 툰드라까지 4개 모델의 외관 디자인 작업에 참여해 왔다.

그는 “다른 회사의 경우 디자이너가 작업하면 프로토 타입 이후부터는 엔지니어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도요타는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해 초기 디자인 구상인 클레이(Clay) 모델과 양산 모델이 거의 동일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들고 엔지니어와 때로는 다투지만 더 나은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본 도요타의 최고 디자인으로는 스포츠카 86, 렉서스를 포함하면 대형 프리미엄 세단인 LS시리즈의 이전 모델을 꼽았다.

개인적인 디자인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한 람보르기니 카운타크(쿤타치)를 들었다. 당시 시대를 뛰어 넘는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은 40여년이 지난 후에도 대단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벤치 마킹하고 싶은 디자이너도 간디니를 꼽았다. 그는 “소비자와 클라이언트를 보다 한두 걸음쯤만 앞서감으로써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능력을 가진 자동차 디자이너”라고 이유를 말했다.

그가 직접 디자인 한 벤자에 대해서는 “세단과 미니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을 잘 적용한 디자인이 뭘까 고민한 차”라며 “스포티하고 최소화 한 외관과 많은 기능을 갖춘 내부 공간을 갖춘 자동차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자평했다. 대중 브랜드인 만큼 기본적으로는 대중성을 추구하되 ‘대담함&다이내믹(Bold&Dynamic)‘이란 키워드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국인은 손재주가 좋고 세밀해서 디자이너로서 유리하다”며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먼저 본인이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확실한 열정을 확인하는 게 가장 우선이고, 스케치나 모델링 등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언어와 전반적인 자동차 문화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 역시 초등학교 때 람보르기니 등 세계적인 스포츠카를 접한 후 일찌감치 해외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 그는 “당시에도 길거리에서 피아트나 미쓰비시 등 수입차를 볼 수 있었다. 다만 당시 국내에는 디자인 센터가 없었다”고 말했다.

◇도요타 미국 칼티 디자인센터 선임 디자이너는= 1967년생으로 스무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 센터 디자인 대학 자동차 디자인 학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포드 어드밴스 트럭 스튜디오에서 인턴 근무를 시작했고, 1999년 미국 GM에 입사해 새턴과 에이펙스, 허머 스튜디오 등에서 일해 왔다. 2005년 도요타 미국 칼티 디자인 연구소에 입사해 2009년형 벤자, 2011년형 시에나 스포츠, 2011년형 하이랜더, 2013년형 벤자, 2014년형 툰드라 외관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도요타 칼티 앤 아버 디자인센터가 있는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Ann Arbor)에 부인 및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취미는 골프와 농구다.
1일 도요타 벤자 발표회 기념촬영 모습. 왼쪽부터 배우 정준호, 그레고리 D 버나스 도요타 수석 엔지니어,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 배우 황정민, 이정우 도요타 선임 엔지니어. 한국도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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