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안갯속으로(상보)

산업은행 "현대건설 매각 협의계획 없어"
외환은행 "산업은행 무책임..내달 주주협의회 재개"
  • 등록 2008-03-26 오후 6:05:33

    수정 2008-03-26 오후 6:05:33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올해 최대의 인수합병(M&A) 매물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건설(000720) 매각 작업이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이달 초 매각 주간사 선정 안건을 협의했지만, 채권단 간 이견으로 운영위원회 개최에 실패했다.

매각주간사 선정을 위한 운영위원회 개최가 미뤄진 가운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공식 발표해 현대건설 매각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이 다음달 초 주주협의회를 다시 열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향후 협의 과정이 주목된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외환은행이 제안한 28일 운영위원회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실무자 선에서 매각을 협의하는 자리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현대건설 매각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대건설 매각주간사 선정을 위한 인수제안서(RFP) 발송을 위해서는 외환 산업 우리은행 등 운영위원회 3개 은행이 합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중 한 곳이라도 매각 논의를 진행할 뜻이 없다면 현 시점에서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협의가 진행될 수 없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당분간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이날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을 공식 시작하면서, 현대건설 매각 시기를 둘러싼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4월 총선 직후 매각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6조원 이상의 대형 매물이라는 점에서 인수자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대형 M&A를 동시에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M&A 시장에 나온다면,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늦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뒤에야 재개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외환은행이 산업은행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외환은행은 이날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산업은행의 구체적 입장 제시 요구`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은 그 동안 국책은행으로서 최소한의 일정이나 구체적 계획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왔다"면서 "산업은행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며,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또 다음달 초 주주협의회를 재차 열어 산업은행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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