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녹십자(006280)와
일동제약(000230)이 이사 선임 건을 두고 표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커졌다. 양 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최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3명 중 사외이사와 감사를 녹십자 측 인사로 선임해달라며 본격적인 경영 개입 의사를 타진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초 일동제약의 지분율을 29.36%(735만9773주)까지 끌어올렸다. 윤원영 회장 등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126주)와 격차는 3.16%포인트에 불과하다.
| 일동제약 주식 소유 현황 |
|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에 “오는 16일까지 적대적인 M&A가 아니라는 입장과 조치를 내놓으면 주주제안을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녹십자 측은 “답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3월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이사 선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제안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주주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녹십자가 제안한 인사에 맞설 이사와 감사후보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아 표대결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이사의 경우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감사 선임 요건은 다소 다르다. 상법상 최대주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등이 상장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합계가 3%를 초과한 경우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동제약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32.52%를 보유했지만 감사 선임 건은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녹십자(27.49%), 녹십자홀딩스(0.88%), 녹십자셀(0.99%) 등이 일동제약 지분을 갖고 있어 일동제약보다 1.87%포인트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수차례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이외에도 상당한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결과는 예상할 수 없다”는 게 일동제약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펀드를 포섭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일동제약의 임시 주총에서 녹십자의 편에 서서 지주회사 전환 건을 저지시킨 바 있다. 일동제약은 이달말께 이사회를 열고 주총 일정과 상정 안건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