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룰' 삭제..홀가분해진 '재벌 총수들'

총수지분 30%룰 삭제..대기업 총수들, 제재 대상서 벗어나
법규제·감시조직 신설..공정위 "총수일가 악행 근절에 충분"
  • 등록 2013-04-24 오후 3:36:56

    수정 2013-04-24 오후 3:41:51

[세종=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그 동안 논란이 됐던 ‘총수지분 30%룰’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삭제된다. 대신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막는 법규제와 대기업 감시조직을 신설한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청와대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3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규제장치로 대기업의 부당 거래 등을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씌어준 격으로 비쳐져 대기업집단(재벌)에 대한 ‘봐주기 논란’이 이어질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누그러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0%룰 대신 대기업 감시조직 신설

공정위가 ‘총수지분 30%룰’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삭제한 것은 이 규제가 ‘과잉규제’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총수 지분이 30% 이상일 경우 총수의 관여·지시 사실을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규제 자체가 거래의 부당성을 입증하기에는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노대래 위원장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총수의 유죄 추정이나 관여 추정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신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막는 법규제를 신설하고, 총수일가가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행위의 차단을 위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의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조사는 물론, 공시점검 등을 전담하는 조직도 신설한다. 이런 조치들만으로도 대기업집단의 환부를 도려내고, 총수일가의 불합리한 관행과 부당 이익 챙기기를 근절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과녁판 벗어난 총수일가..재계 안도

하지만 30%룰의 삭제로 총수일가는 ‘경제검찰’ 공정위의 사정 칼날에서 쉽게 비켜갈 수 있게 됐다. 당초 30%룰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총수 개인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이 검토됐던 사안이다. ‘30%룰’의 삭제는 총수일가를 부당거래의 직접적인 제재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공정위의 업무보고 후 재계의 한 관계자는 “30%룰의 삭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총수가 공정위의 과녁판에서 벗어났다는데 위안을 삼는 것이다.

총수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은 각종 법규제 장치의 신설만으로는 기업 내·외부를 감시하는 견제장치 기능을 수행하기에 미흡하다는 비난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국장은 “대기업 불법행위의 중심엔 재벌 총수일가가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처벌규정도 총수일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30%룰의 삭제는 대기업 봐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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